이 부회장 하만 인수 이후 잠잠한 삼성 인수합병 행보 주목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본격 경영행보와 더불어 삼성의 인수합병(M&A)도 다시 탄력 받을지 주목된다. 다만 내년 들어설 차기 정부에서 사면복권이 이뤄질지 여부가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 기간 중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를 확정지었다.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와 관련, 삼성의 ‘키맨’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미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 행보를 통해 M&A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시장에 보여준 바 있다. 자동차 전장사업 등 신사업 부문 경쟁력 확보와 관련 이 부회장은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런데 2016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이 같은 흐름이 끊겼다. 현 정권이 들어서고 이 부회장이 법적 리스크를 겪은 시점과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이후에도 삼성은 아예 M&A에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물색에 공을 들여왔다고 한다. 대규모 M&A 대신 내실 있는 기업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식의 행보를 이어왔단 것이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규모 있는 곳에 대한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올해 초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변수는 이 부회장이었다. 중요한 투자결정에 있어 총수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야와 무관하게 재계 정설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침묵을 깨면서 M&A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올라가는 까닭이다.
미국 출장에서의 이 부회장이 회동한 곳들과 관련해 M&A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업계 인사는 “시장에선 빠르면 올해 M&A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 거친 곳들을 바탕으로 보면 인공지능, 통신, 반도체 관련 업체 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현실적으로 비메모리 부문에서의 M&A 가능성이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동안 시장에선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돼 온 바 있다. 이미 100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M&A 전쟁에 나선 만큼 삼성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 나서게 될 경우 각 국 정부 및 경쟁사들의 까다로운 심사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반도체가 전략물품화 되면서 각 국 정부가 M&A와 관련해 더욱 까다롭게 접근하고 있는 추세다.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기업 ARM 인수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영국정부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는 현지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미국정부와 공조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적어도 미국기업 인수와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삼성 M&A와 관련 주요 변수는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문제다. 바로 이 부회장이 여전히 취업제한 대상이라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 자칫 또 고발당해 수사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부에서 사면복권이 아닌 가석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3월 대선 이후 새롭게 들어선 정권에서 사면복권이 이뤄질지 여부가 내년도 삼성의 행보를 점치는데 있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현재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재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출장길에서 복귀한 지 하루 만인 25일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