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설치 비율 약 17.6% 불과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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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인구가 월간 기준 20만명을 넘어섰지만 인프라 확충 및 관련 법규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동킥보드가 달릴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 비율은 17.6%에 불과해 대부분의 도로를 보행자나 자동차와 함께 이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기존 자전거 관련 규제가 아닌, 전동킥보드만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9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전동킥보드 시장은 지난해 4월 월간 사용자(MAU) 기준 21만4451명의 사용자 수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3만7294명) 대비 약 6배 증가했다.

시장 초기 서울권에 집중됐던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들은 활동 반경을 지방으로까지 넓히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쿠팡 이츠·배달의민족 등 배달서비스가 각광을 받으면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라이더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들은 배달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배민커넥트를 통해 배달 일을 하고 있는 김민수(30·가명)씨는 “오토바이는 무섭고, 도보로 배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며 “차도를 이용할 때는 조금 겁이나긴 하지만 배달 시간을 크게 줄여 주고 사용법도 간단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연 확장하는 전동킥보드...배달 이동수단으로 각광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퍼스널모빌리티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인 ‘도어 투 도어(Door-to-Door)’를 구축하기 위해선 자율주행이나 스마트주차시스템을 비롯해 퍼스널모빌리티의 확대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전동킥보드 확산을 위해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한 규제 완화를 시행한바 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면허 없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도 전동킥보드 운행이 가능하게 되자, 지나친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도로교통법을 다시 개정해 전동킥보드 안전 규제를 다시 강화했다.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이상을 발급받아야 운행이 가능한 면허요건과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부과하는 종전의 안전규정을 복원하고, 2인 이상 전동킥보드 탑승 시 처벌조항을 추가했다. 관련 개정안은 오는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정한 법안 역시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동킥보드를 위한 도심지 내 자전거도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동킥보드 개정안 역시 한계점 많아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운행이 허용됐다. 그러나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종전과 동일하게 차도 우측으로 운행해야만 한다. 문제는 전체 도로 대비 자전거도로 설치 비율이 약 17.6%(2019년말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결국 상당수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법적으로 자전거도로 이용이 허용됐음에도 불구, 여전히 차도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특히 교통밀집이 큰 도심지에서 출・퇴근용 으로 주로 이용되는 전동킥보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전거도로 설치가 미흡한 도심지에서의 전동킥보드 차도 운행은 불가피하며, 교통안전사고 우려 역시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전거도로의 약 85%가 자전거와 보행자가 같이 이용하는 겸용도로로 지정돼 있다는 점에서 최대 시속 25km로 운행되는 전동킥보드 특성상, 자전거와 보행자의 안전 역시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발생시 보상도 문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전동킥보드로 인한 상해 피해 시 피해자 본인 또는 가족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방식에 대해서 배상 책임이 없는 피해자와 보험사에 부담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피해자나 가족이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이 또한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최미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5월과 12월 짧은 기간 동안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큰 폭으로 완화됐다 다시 강화되면서 이용자와 국민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며 “이는 새로운 유형의 개인형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를 설정함에 있어서 새로운 기준마련을 고민하기 보다는 기존 규제모델(자전거 등)을 그대로 단순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동킥보드 안전운행을 위해서는 도심지 내 자전거 도로 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는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에서의 제한속도를 하향할 필요가 있다”며 “사고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가입 하고 있는 시민안전보험이나 자전거보험 등 관련 보험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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