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대신 게임성 높이는데 투자해야”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코로나19 발생 직후 잠잠했던 게임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최근 다시 치열해졌다. 각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를 앞두고 높은 몸값의 스타들을 내세우며 이용자 사로잡기에 나섰다. 다만 게임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대해 게임 이용자들은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해당 비용이 결국 과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다.
게임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부터 게임사들은 TV광고에 유명 스타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게임업계는 2014년 배우 차승원을 모델로 썼던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레이븐’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게임 이용자들은 TV에서, 그것도 유명 배우가 게임 광고에 출연한다는 점에 열광했다. 이후 이병헌, 이정재, 장동건, 하정우, 하지원, 유아인 등을 앞세워 스타가 직접 게임속 액션을 재연하는 광고가 대세가 된다. 심지어 클레이 모레츠, 올랜도 볼룸 등 유명 할리웃 스타까지 게임 광고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마케팅은 마케팅 비용을 가파르게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게임광고 수입은 923억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48억3000만원에 비해 19.1배나 늘어난 수치다.
2015년 정점을 찍었던 스타마케팅은 최근 몇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너도나도 스타를 기용한 광고를 선보이자 차별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올초에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게임사들의 광고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됐던 게임들이 출시를 앞두게 되면서 게임사들은 다시 마케팅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신규 게임사인 엔픽셀은 모바일게임 ‘그랑사가’ 출시를 앞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엔픽셀이 선보인 약 10분짜리 광고에는 배우 유아인, 신구, 이경영, 가수 태연 등 다수의 스타들이 출연한다. 해당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만 197만회에 달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르4’ 출시를 앞두고 있는 위메이드는 배우 서예지에 이어 최근 배우 이병헌을 광고 모델로 새롭게 영입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김택진 대표와 임원들이 코믹하게 분장한 모습을 TV광고를 통해 내보내기 시작했다.
게임사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지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게임사들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엄청난 물량으로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며 “게임성이 없다고 욕을 먹을지언정, 광고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마케팅의 힘을 무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대해 게임 이용자들은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결국 해당 마케팅 비용이 과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임개발자 이모씨는 “마케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비용은 결국 이용자들 몫으로 남겨진다”며 “당연히 게임사 입장에서 마케팅 비용회수를 위해 각종 과금을 더 추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의 경우 지난 상반기에 이어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한 상황속에서도 마케팅을 멈추지 않는다. 엔픽셀 역시 신생 회사라는 점에서 수익 없이 투자금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케팅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케팅에 집중하기 보단 게임성을 높이는데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배틀그라운드’나 외산게임으로 한국에서 흥행 열풍을 일으켰던 ‘소녀전선’의 경우 특별한 마케팅없이도 훌륭한 게임성으로 입소문을 통해 흥행에 성공한 경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마케팅은 결국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며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과도한 과금 요소를 집어넣게 되고, 이렇게 될 경우 과금에 지친 이용자들의 이탈률이 높아지는 등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