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전문가 "엑시트 정책과 인프라 마련해야"
투자규모·기업가치 1조원 유니콘 늘었지만···
IPO·M&A 도전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소수

글로벌 엑시콘(Exitcorn) 분포도와 미국·중국·한국 엑시콘 비율. (자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 표=이다인 디자이너
글로벌 엑시콘(Exitcorn) 분포도와 미국·중국·한국 엑시콘 비율. (자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 표=이다인 디자이너

유니콘 기업 육성만큼이나 스타트업 투자회수(엑시트, EXIT) 지원책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스타트업 지원은 유니콘 기업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정작 투자회수는 간과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는 투자업체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또 다른 투자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나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3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발표한 스타트업 엑시트 생태계 전략연구' 중간보고회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기업 중 엑시트를 한 곳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뿐이다. 엑시트는 투자회수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으로 이뤄진다.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합병되면서 엑시트했다. 현재 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은 쿠팡, 크래프톤,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위메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지피클럽, 야놀자, 무신사, 에이프로젠 등으로 총 11개사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 절차가 완료된다면 우아한형제들은 유니콘 기업 명단에서 빠진다. 파산 직전인 옐로모바일도 유니콘 기업 명단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최근 차량공유 업체 쏘카가 500억원을 추가 투자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조3000억원대를 인정받고 12번째 유니콘 기업 등록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속 발전하고 있으나 투자회수는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초기 투자나 시리즈A‧B단계인 중간 투자 단계에서부터 IPO나 M&A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있다. 특히 유니콘 기업이면서 엑시트한 ‘엑시콘(Exitcorn)’은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196개, 70개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엑시트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기업들 과반수 이상이 스타트업 출신인 가운데, 국내에도 이런 대기업 수순을 밟는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는 “애플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모든 기업의 총합을 뛰어넘었다. 스타트업 엑시트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며 “스타트업의 유니콘 달성, 기업가치 성장은 반환점이다. 투자회수는 결승점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가와 투자자, 엑시트를 통한 회수까지 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중국은 미국보다 유니콘 기업 개수가 더 많다. 하지만 엑시트한 유니콘기업은 미국이 더 많다. 투자회수를 하지 않은 유니콘 기업들이 많아지면 오랜시간 뒤 좀비 유니콘이 더 생겨난다”며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만 성공한 엑시콘이고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다음달 상장을 앞두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엑시트에 대한 정책과 인프라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국내 시장 상황이 스타트업들이 엑시트를 적극적으로 하기에 좋은 요건이 아니다. IPO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가 투자자들이 산정한 기업가치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며 “배달의민족도 IPO를 검토했지만 M&A보다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여기다 창업자를 보호하는 차등의결권도 없는 상황에서 창업자, 벤처투자자들이 공개시장에서 경영권 위협을 받으며 IPO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M&A의 경우에도 국내 대기업이 갑자기 사업 전망성만 보고 대규모 투자를 할수 없는 분위기다. 최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법제화로 앞으로는 초기부터 전략적 투자를 해 M&A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IPO나 M&A가 활성화되고, 엑시트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도록 정부나 국회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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