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페스티벌 등 음악 관련 노하우 쌓아
음악 장르 통해 저변 확대

퓨저 이미지 / 엔씨소프트
퓨저 이미지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최근 음악 게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엔씨는 신작 게임 ‘퓨저(FUSER)’를 오는 11월 북미와 유럽 지역에 출시할 계획이다. RPG 장르 절대 강자로 손꼽히는 엔씨가 음악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음악이라는 범지구적 콘텐츠를 통해 엔씨가 대중성 확보에 나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엔씨의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는 오는 11월 10일 콘솔·PC 플랫폼 신작 게임 퓨저를 북미와 유럽 지역에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퓨저는 엔씨웨스트가 퍼블리싱 하고, 미국의 음악리듬 게임 전문 개발사인 ‘하모닉스’가 제작한 신개념 인터랙티브 음악 게임이다. 콘솔 3대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 4, 엑스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PC(윈도우) 등에 동시 출시 예정이다.

유저들은 가상의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서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택하고 아티스트의 보컬, 베이스 라인, 악기 사운드 등을 믹스(mix)해 직접 새로운 곡을 만들 수 있다. 소셜 기능을 활용하면 자신이 만든 사운드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퓨저는 출시에 앞서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의 노래가 포함된 12곡을 추가 공개했다. 퓨저에는 팝, 랩·힙합, R&B, 댄스, 록, 컨트리뮤직, 라틴 및 중남미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 100곡 이상이 수록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게임의 경우 엔씨가 출시하는 첫번째 멀티플랫폼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엔씨가 그동안 출시한 게임 가운데 콘솔과 PC를 모두 아우르는 게임은 퓨저가 유일하다. 아울러 엔씨가 그동안 잘해왔던 영역인 PC 온라인게임이 아닌 콘솔 게임이라는 점, RPG 장르가 아닌 음악 장르라는 점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엔씨가 음악 장르 게임을 통한 대중성 확보에 나선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엔씨의 캐시카우인 ‘리니지’ 시리즈의 경우 한국과 대만, 동남아 지역 등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이는 RPG 장르 자체에 대한 서구권의 수요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와 유럽의 경우 콘솔 게임 비중이 상당히 높다.

엔씨의 북미 법인이 음악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무수히 많은 장르 가운데 음악 장르를 선택한 이유다. 음악 장르의 경우, 다른 장르와 달리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콘텐츠다. 특히 RPG 특성상 남성 유저가 상대적으로 많은 엔씨 입장에서는 음악 콘텐츠를 통해 여성 유저 유입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엔씨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엔씨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족한 여성 유저 유입을 위한 연구를 내부적으로 많이 진행해 왔으며 이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연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피버 페스티벌 2017 모습. / 자료=엔씨소프트
피버 페스티벌 2017 모습. / 자료=엔씨소프트

엔씨의 음악 콘텐츠 키우기는 사실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엔씨는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이라는 기업 가치 아래 지난 2016년부터 오프라인 문화축제 ‘피버 페스티벌’을 개최해 왔다. 이미 관련 노하우를 많이 쌓은 상태다. 

매년 여러 장르의 최정상 아티스트가 참여했으며 지난해 열린 ‘피버페스티벌 2019’에서는 마마무, 셀럽파이브, 빈지노 등 장르별 아티스트 11개 팀이 출연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피버뮤직으로 행사를 대체했다. 피버뮤직은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들이 여름 대표 그룹 ‘쿨’의 노래를 재해석한 음원이다. 쿨 원곡의 멜로디를 살리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으로 재해석했다.

아울러 엔씨는 자사 게임들의 OST 앨범 발매에도 공을 들여왔다. 지난 8월에도 자사 게임들의 OST 중 50곡을 선정해 피아노 악보로 발매했다. 이번에 발매한 악보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리니지2M’ 등 5개 게임의 OST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한 자회사도 설립했다. 8억원을 출자해 신규 법인 ‘클렙’을 세웠으며, 김택진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됐다. 

장민지 경남대학교 교수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오래전부터 IP 확장에 유독 신경을 많이 써온 게임사 중 하나”라며 “음악 게임의 경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장르다. 특히 향후 음악 게임에 자사의 OST 앨범을 추가하는 등 시너지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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