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매각으로 민간임대 크게 줄면 전셋집 구하기 더 힘들어져
전월세 전환율 조정도 계약갱신에만 적용
신규계약 미적용 돼 단기 전셋값 급등 불가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되레 임차인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갈수록 매물이 줄어들어 집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전셋값 급등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7·10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 강화 등 패널티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매수나 매도는 물론 이들이 다주택을 보유하는 것까지도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등의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강화해 매물 매도를 유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임차수요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가격은 지난해부터 7월 마지막 주까지 58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세입자들은 가뜩이나 가파른 전세가격 상승세로 힘들어하는데 다주택자가 그동안 내놓은 민간 임대공급 마저 집을 팔며 줄어들면 주거안정이 더욱 불안해 질 수 있다. 게다가 매입임대 사업자 제도가 폐지되면서 주택임대사업 규모가 축소된다는 점도 결국 전·월세 주택의 공급축소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전월세 전환율 조정 역시 임차인을 위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되레 임차인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전월세 전환율을 기준금리+3.5%로 설정해뒀는데, 현 기준금리 수준에 비하면 과하다고 생각해 이를 낮출 생각”이라며 “전세의 급격한 월세 전환을 방지하기 위해 곧 시행령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당정은 기준금리+3.5%인 전월세전환율을 2%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월세 전환율을 하향 조정하더라도 이는 계약갱신에만 적용된다. 당분간 나올 전세매물의 보증금은 집주인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기조를 감안해 더욱 높게 책정하더라도 규제할 방안이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전세 보증금 상승이 우려된다.

서울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까지 시행돼 집주인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며 “수익성 인하를 우려해 이에 대한 부담을 임대보증금 상승 등의 방법으로 임차인에게 전가한다면 시장은 더욱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전문가도 “임대인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과 유지보수비용 등으로 운영경비를 부담하기 버거워하며 장기적으로는 민간시장에서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임대주택의 질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저가 전세거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1년 89.7%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4억원 이하 전세거래비중이 2016년 64.1%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는 52.7%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가액대별 거래면적 감소와 연한노후화 등 임차 서비스의 질적 저하도 동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변화가 이루어진 지난달 하순부터 이와 같은 추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차인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급과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다. 다만 임차인들이 실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물량 유통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통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절대적 물량 공급과 함께 가구구성원 등 수요자 특성에 부합한 주거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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