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수요 부진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출시 시점 특정 어려워
국내외 가정용 서비스 로봇 시장도 냉기

삼성전자 CES2020 전시장에 전시된 '볼리'의 모습. / 사진=윤시지 기자
삼성전자 CES2020 전시장에 전시된 '볼리'의 모습. / 사진=윤시지 기자

삼성전자가 프로젝트 프리즘 세번째 또는 네번째 제품으로 올해 가정용 로봇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전자업계는 사실상 삼성전자 로봇 연내 제품 출시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가전 사업이 위축된 가운데 가정용 로봇 시장도 좀처럼 열리지 못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미 로봇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량생산에 익숙한 삼성전자와 맞춤형 로봇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 프리즘 3번째 제품 나왔는데 4번째는 로봇?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6~7월 정도에 소비자가 살 수 있는 로봇제품이 나온다”면서 “프로젝트 프리즘 세번째나 네번째 제품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제품 계획을 못 박은 바 있다. 가격대는 큰 사이즈 건조기 수준인 200만원대 수준을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프로젝트 프리즘 제품으로 ‘뉴 셰프 컬렉션’ 냉장고를 출시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삼성전자가 제시한 가전의 새 비전이다. 앞서 출시한 비스포크 냉장고와 세탁건조기 그랑데AI도 프로젝트 프리즘 일환이다.

프로젝트 프리즘 네번째 제품을 두고선 업계 전망이 분분하다. 가정용 로봇은 출시를 불투명하게 보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가 가전 사업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여전히 일반인 대상 가정용 로봇 시장 수요가 충분히 성장하지 않아서다. 업황 변수가 가중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업 입장에선 신제품 출시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CES에서 로봇을 선보였다. 지난해 초 열린 CES2019에선 삼성봇 케어‧에어‧리테일 등 3종 로봇과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을 선보인 데 이어 같은 해 IFA에선 삼성봇 셰프를 공개했다.

지난해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미국 로봇 스트타업 필로헬스에 투자했다. 올초 CES 기조연설에선 반려 로봇 ‘볼리’를 시연했다. 업계 기대와 달리 삼성봇과 볼리는 상품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개발 단계에 있는 시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수요 측면에서 공략할 시장이 애매한 것이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 로봇, 가전업계 어울리지만 삼성은 아니다?

가전업계는 주로 사물인터넷(IoT) 중심 플랫폼으로 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기능에 주목한다. 삼성전자 역시 볼리를 통해 주변 가전을 이용한 기능을 시연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가전제조사 입장에선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 스마트싱스와 같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가전업체가 관심을 가질만한 영역이란 의미다.

그러나 로봇의 명령 수단인 음성인식 시장에서 삼성전자 입지가 좁다는 한계도 지적한다. 가정용 로봇 음성인식 풀랫폼으로 활용하기엔 아직 빅스비의 해외 시장 입지가 좁다. 아마존과 같은 선발업체의 점유율이 지대해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로봇에 빅스비 플랫폼이 올라간다고 해도 삼성 IoT 기능을 지원하는 가전으로 삼성전자 가전 풀세트를 갖춘 소비자가 아니라면 구매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량 양산을 통해 많이 팔릴 제품이 아니면 안 만든다는 삼성의 사업 전략 상 쉽게 상용화하기 어려운 것이 가정용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가정용 서비스 로봇에 대한 시장 수요도 적은 편이다. 지난해 미국 지보, 안키 등 유력 로봇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국내 로봇 스타트업 아이피엘 역시 설립 약 6년만인 지난 3월 30일 폐업했다. 아이피엘 소셜 로봇 아이지니는 2016년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할 정도로 안정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정용 로봇 시장이 10만대 이상 수준으로 형성되지 않는 한 대기업들은 시장 진입을 고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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