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소비 부추기는 전략 재고해야

소극장 뮤지컬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흥미롭게 관찰했던 현상 중 하나는 재관(같은 극을 여러번 보는 행위)을 하면 받을 수 있는 도장판이었다. 공연을 처음 보고 입장권을 부스로 가져가면 1회부터(2회부터 받을 수 있는 도장판도 있음) 차곡차곡 적립 도장을 찍어준다. 

대부분 8회나 9회를 찍으면 도장판 하나가 채워지는 형태다. 뮤지컬마다 전략적으로 재관을 유도하는 상품들이 제공되는데 대부분 미공개 포토카드, 40~50% 할인권, 마지막으로 포토북이나 영상집을 제공한다. 

재관을 계속해서 유도하는 혜택 중 하나가 바로 ‘폴라로이드 사진 증정’이다. 이 혜택은 도장판 하나를 채우고 자기가 원하는 배우 혹은 랜덤으로 폴라로이드를 뽑는 것이다. 이 폴라로이드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닌, 세상에 하나뿐인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일회성에서 비롯된다.

뮤지컬 회전문을 도는 덕후들은(같은 극을 계속해서 보는 행위) 이 폴라로이드의 일회성과 다양한 컨셉에 대한 소유욕에 시달린다. 가끔 매진을 유도하는 이벤트 중 하나가 폴라데이인데 이날은 관극과 상관없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뽑을 수 있다. 복제되지 않는 형태의 원본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덕후들의 수집욕을 불러 일으킬만한 포인트이며, 결국 재관판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채워 계속해서 폴라를 뽑게 만드는 것이 소극장 뮤지컬의 회전문 전략이다. 

재관판 하나당 폴라 하나이니, 대부분의 뮤지컬 회전을 도는 덕후들은 한판으로 끝내지 않고 두판, 세판을 만들어가며 폴라를 뽑는다. 만약 9번을 봐야 하나의 폴라를 뽑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면 세 개의 폴라를 뽑기 위해선 27번의 관극을 해야 한다. 실로 대단한 횟수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뮤지컬 덕후들 사이에선 빈번하게 일어난다. 

폴라 혜택 때문에 프리뷰 할인이나 대폭 할인 기간에 티켓을 잔뜩 사서 주변인들에게 나눔하고 재관 도장을 찍는 일도 생긴다. 더블 적립 기간에 표가 많이 팔리는 것도 그 표를 관극을 위한 것이 아닌 재관 혜택을 받기 위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주객전도 현상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이미 돌덕(아이돌+덕후)들 사이에선 익숙한 일이다. 팬 싸인회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팬들은 피지컬 음반을 수도 없이 사들이고 있지 않는가. 팬들은 음반을 듣기 위한 용도가 아닌, 최애를 보기 위한 용도로 구매 중이다. 

이렇게 본래의 목적이 뒤집힌 소비는 덕후들 사이엔 빈번하다. 요즘은 영화관람 혜택 증정도 다양하게 늘어나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 티켓을 사는 것이 아닌 엠디를 받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주변인들에게 티켓을 무료나눔하는 경우들도 많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심화될 경우, 팬들은 어쩔 수 없이 목적이 뒤집힌 소비를 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놓인다. 이건 소비주체들이 기획이나 제작사들의 마케팅 전략을 거부하기만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 소유의 공식적 루트가 결국은 팬들의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만 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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