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 하반기 글로벌 소비 시점 불투명
중국 10.5세대 공장 재가동…LCD TV 패널 가격 하락 압박 이어질 듯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공장 양산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공장 완공 후 약 10개월만에 양산을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뚜렷한 TV 수요 진작 조짐이 보이지 않아 고정비만 부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TV 시장 호재인 스포츠 이벤트는 내년으로 밀렸고 하반기 보상소비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여기에 중국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공장이 재가동하면서 저가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다음달 중국 광저우 OLED 패널 공장 일부 라인 시험 가동을 마치고 오는 7월 신공장에서 본격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장은 지난해 8월 말 완공된 후 반 년 가까이 양산 시점이 밀렸다. 생산능력은 8.5세대 기준 월 6만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라인은 시험 가동을 시작하고 있지만 본격 양산 시점은 내달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양산을 시작하면 감가상각이 시작되면서 비용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우선 파주 공장에서 대부분 물량을 커버하고 중국 신공장은 하반기 TV 수요 회복 상황을 보며 계획을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 신공장은 지난해 8월 말 완공됐다. 지난해 하반기 중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공정 수율 작업을 거치며 올 상반기로 양산 시점이 밀렸다. 광저우 신공장은 LG디스플레이가 OLED TV 패널 공급량을 지난해 대비 2배 규모로 늘려 매출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기회였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났다.
올해 TV 시장 최대 호재였던 일본 도쿄올림픽은 내년으로 밀렸고 상반기 부진을 메꿀 하반기 소비 재개 시점도 사실상 불투명하다. 이에 앞서 올 2분기 북미와 유럽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TV 수요 저점이 예상된다.
이에 반해 주춤했던 LCD TV 패널 저가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OLED TV 패널 시장에서 가격 하락 압박이 예상된다. 이달 들어 BOE를 비롯한 중국 패널 제조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가동을 중단했던 10.5세대 LCD 패널 공장을 다시 가동하면서 LCD 패널 가격은 다시 하락세다. 이에 힘 입어 샤오미와 화웨이는 최근 신형 65인치 LCD TV를 2999위안(약 52만원)에 내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화될 경우 보상소비가 OLED TV와 같은 프리미엄 TV에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지만 중국 제조업계가 55인치 TV를 20만~30만원대에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 OLED TV 역시 가격 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LG디스플레이가 TV 패널 시장 수요 선점을 위해선 이 같은 수익성 하락을 감당하고 광저우 공장 물량을 확대해야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에겐 하반기 신공장 가동과 함께 발생할 감가상각 등 고정비 부담도 무겁다. 지난해 이 회사는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향후 발생할 감가상각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말 1조8000억원 규모의 자산손상처리를 단행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OLED TV 수요가 회복이 더딜 경우 LG디스플레이가 감당할 고정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연간 영업손실 9680억원을, 하나금융투자증권은 영업손실 6999억원을 낼 것으로 봤다. 증권사마다 전망치는 다르지만 OLED TV 수요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경우 손실 폭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은 공통적이다.
일각에선 LG디스플레이가 내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개화할 TV 시장을 기다리며 양산 속도를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을 덜어줄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TV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보상소비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 얼마나 빨리 시황이 회복될지는 미지수인 상태”라며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공장을 돌리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