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편중 현상…배틀패스 등 신규 BM 발굴 노력해야

RPG 편중 현상이 심각한 상황.  / 이미지=구글 플레이스토어
RPG 편중 현상이 심각한 상황. / 이미지=구글 플레이스토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갈라파고스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RPG 장르 편중 현상과 더불어 확률형 아이템 BM(비즈니스 모델)이 점점 더 고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르의 다양성 확보 및 신규 BM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12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상위 20개 게임 중 절반 이상이 RPG 장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RPG가 장악한 지 오래다. 과거 2012~2013년도만 해도 모바일게임의 주류 장르는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캐주얼게임이었다. 

이후 대형 개발사들이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하면서 대세는 RPG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 넷마블과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을 각각 흥행시키면서 RPG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엔씨가 출시한 ‘리니지2M’ 역시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RPG 불패신화를 다시 한번 재현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RPG 편중 현상이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전 세계 시장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RPG의 인기는 한국과 중국, 동남아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일본 등에서는 여전히 캐주얼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RPG 장르는 대형 개발사들이 주로 개발했으나, 대세가 된 지금은 중견·중소 개발사들도 RPG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며 “장르적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RPG 장르와 함께 확률형 아이템 BM도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금액(현금 혹은 금전 대체물인 게임머니 포함)을 지불해 구매하지만 구체적인 아이템의 종류나 그 효과와 성능 등은 소비자가 개봉 또는 사용할 때 우연적 요소(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많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결제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는 RPG 특성상 장비 강화 등에 확률형 아이템 BM을 적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RPG’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2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문제는 매번 출시되는 게임이 RPG와 확륭형 아이템 BM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원하는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든어택 배틀패스 과금 상품 '서든패스' / 이미지=넥슨
서든어택 배틀패스 과금 상품 '서든패스' / 이미지=넥슨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사행성 논란이 계속되자 업계에서도 새로운 BM에 대한 고민을 했고, 최근에는 ‘배틀패스’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배틀패스는 일정 금액을 결제한 후 유저들이 특정 기간 레벨업이나 미션을 해결하면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시장조사업체 게임리피너리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미국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00위 중 배틀패스를 수익 모델로 적용한 작품이 2%에 불과했으나, 1년 후에는 20%대로 비중이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최근 넥슨의 ‘서든어택’이 배틀패스를 도입해 큰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 측에 따르면, 배틀패스 과금 상품인 ‘서든패스’가 유저들의 플레이 동기를 강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해 서든패스를 구매한 유저 비중은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들 중 60% 이상이 매일 게임을 즐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게임 이용 시간과 재접속률 또한 전년 동기에 비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향후 배틀패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임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월 출시될 예정인 넷마블의 ‘A3:스틸얼라이브’ 배틀로얄 모드에도 배틀패스가 적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배틀패스와 같은 신규 BM이 향후 점점 더 늘어나야 할 것”이라며 “신규 BM이 늘어날수록 RPG 편중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 스스로도 확률형 아이템 BM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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