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한국 제조업 비중 높고 사회보장 취약
최근 기본소득 도입이 유럽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본소득 제도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1일 발표한 ‘기본소득 도입 논의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50%에 육박해 자동화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반면 일자리 감소에 따른 대량실업에 대응할 사회보장제도는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구조적 일자리 감소의 대응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최근 기술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현 사회보장제도로는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특히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일자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 중앙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비연구를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실험 모델을 결정해 2017년부터 2년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핀란드 정부는 ‘완전기본소득’, ‘부분기본소득’, ‘부(負)의소득세’(일정 기본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소득 보전) 등 다양한 기본소득 보장안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위트레흐트 등 지방도시들이 나섰다. ▲원하는 만큼 일하면서 조건 없이 지급 ▲일을 강제한 후 지급 ▲자발적으로 일하면 추가 지급 등의 실험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기를 원하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스위스는 오는 6월 모든 국민한테 월 2500프랑(3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영국 노동당도 새 경제정책으로 기본소득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 왕립예술협회는 25~65세 사이 시민들에게 연 3692파운드(627만원) 또는 매월 308파운드(52만원)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기본소득제도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 근로 유인, 복지 관리비용 절감, 빈부격차 감소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근로의욕 상실, 복지제도 축소, 세금 부담 증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 감소 등의 우려도 나온다.
김은표 입법조사관은 “서구 복지국가들은 이미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산업구조에서 제조업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등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로서, 자동화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다만 한국의 공공복지 예산 비율(2014년 말 기준 OECD 평균 21.6%, 한국 10.4%) 등에서 서구 복지국가와는 차이가 있는 만큼 기본소득 논의 방향은 사각지대 해소 등 복지제도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