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교체 잦은 얼리어답터에 유리..."서비스 기업에 유리"
이동전화 업계에 잔여 할부금 보상 바람이 불고 있다. 고객은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매달 일정 금액을 내는 대신 해당 제품을 새로 나온 기기로 바꿀 때 남은 할부금을 낼 필요가 없다.
업계에선 이 서비스가 젊은 소비층의 단말기 할부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견과 기기변경을 부추기고 가계 통신비를 늘린다는 주장이 함께 나오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잔여할부금 보상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을 빌려주는 제도가 아니다. 하지만 고객이 업체에 스마트폰을 반납해야 한다는 점에서 임대나 다름없다.
임대폰 신호탄을 연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스마트폰 갤럭시S7을 출시하면서 갤럭시 클럽이라는 새로운 단말기 값 보상 프로그램을 내놨다.
갤럭시 클럽은 가입자가 매달 7700원이라는 비용을 내고 단말기 할부금을 내면 가입 일년 후 남은 할부금 없이 삼성전자가 출시한 최신 갤럭시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서비스이다.
갤럭시 클럽은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갤럭시S7과 S7엣지 구매자 3명 중 1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동통신사들도 이 추세에 합류했다. LG유플러스는 3월 28일 H클럽을 출시했다. H클럽 가입 고객은 30개월 할부 기준으로 18개월 동안만 할부를 갚으면 스마트폰을 신제품으로 교환할 때 남은 할부금을 낼 필요가 없다.
이용료는 7000원이다. 삼성전자 서비스와 다른 점은 갤럭시S7과 S7엣지 외에 LG전자 G5, 아이폰6S와 6S플러스도 가입 대상 단말이다.
SK텔레콤도 프리미엄클럽을 내놨다. 프리미엄 클럽은 이용료가 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서비스 대상 기기에 제조사별 최신 기종 5개 뿐 아니라 갤럭시 노트5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할부금 보상 서비스는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싶어 하는 일명 얼리어답터들에게 유용하다. 이런 고객들이 단말기를 교체하는 주기는 평균적인 할부 계약 기간인 24개월보다 짧다.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에겐 새 고객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잡아둘 수 있는 전략이 된다. 할부금 보상 때문에 제품을 사거나 이동전화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나중에 할부금 보상을 받고 같은 기업 제품 또는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이 비교적 비싼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가입 대상이라는 점에서 수익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종로 소재 LG유플러스 대리점 직원은 “H클럽 덕분에 신제품 G5를 개통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G5는 최초로 모듈기능을 탑재해 특히 젊은 층과 얼리어답터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후 휴대폰 교체주기가 짧아지고 중저가 수요가 증가했던 추세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단통법은 휴대폰 출고가 거품을 줄이고 통신 요금을 줄이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단통법 시행 초기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단말기 출고가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렌탈폰 도입을 건의했다”며 “그러나 렌탈 서비스와 유사한 현재 잔여할부금 보상 프로그램은 고객이 단말기 할부금을 내면서 서비스 비용도 내게 돼있어 통신비용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대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구매 비용보다 적은데 기업들이 서비스 사용료를 받으면서 가격 변동이 심한 중고폰 잔여할부금에 대한 손실을 충당하고 있다”면서 “기기 변경 이후까지 소비자를 붙잡아 두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현재 서비스는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 정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