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직원 "파생상품 자격증 없지만 상담만큼은…"
시중은행이 11일부터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에 들어갔지만 불완전판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IBK기업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은 이날부터 일임형 ISA 판매에 돌입했다.
일임형ISA는 금융사가 가입자의 투자 성형에 맞춰 알아서 목돈을 굴려주는 형태다. 신탁형 ISA의 경우 가입자가 직접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것과 다르다. 일임형은 투자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거나 고수익 상품에 대한 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일임형 ISA에는 파생상품이 편입된다. 영업점에서는 '파생상품 판매자격'을 취득한 직원만이 고객 상담과 판매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기자는 이날 일임형 ISA 판매에 돌입한 신한 등 4개 은행을 방문했다.
한 은행 ISA 담당 직원에게 일임형 ISA 상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아직 파생상품 판매 자격증이 없다"며 "상담을 원하면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파생상품 자격증 미취득' 직원의 상담에 따라 투자성향 질문지를 작성해야 했다. 초저위험군에 속하는 투자 성향이 나오자 직원은 "예금 하는 것이 낫겠다"며 "차라리 고위험 등에 투자한 뒤 수익률을 확인하며 위험 단계를 낮춰도 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기자는 고위험·중위험 모델포트폴리오 설명서를 들고 투자 상담을 받았다.
원금 손실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위험한 투자라는 건 고수익 투자란 뜻이다"라고 답했다. 수익률, 투자성향 중도 변경 등 궁금한 점을 묻자 직원은 "차후 전화로 알려주겠다"며 명함과 함께 연락처를 적으라며 쪽지를 건넸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ISA로 고객 자산을 늘린다는 전략을 세운 은행을 방문했다.
로보어드바이저와 전문운용 매니저의 운용차이를 묻자 "오늘 출시된 상품이라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나왔다. 직원 두 명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어 한동안 기자와 직원 사이에 대화가 없었다. 두 직원은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효율성 등을 끝내 제시하지 못했다.
한 직원은 "개인적 생각이다"라며 "두 운용방식이 큰 차이가 없지만 아무래도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이 더 낫지 않나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일임형 ISA 수익률과 원금 보장에 대한 질문에 "은행에서 일임형을 해본 경험이 없다. 수익률과 원금 보장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수익성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안정적 수익을 부여하는 것이 일임형 ISA의 최우선 선정기준이라는 은행들의 기존 광고와 달랐다.
기자는 나중에 궁금한 부분을 추후 설명해 주겠다던 해당 은행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파생상품 판매 자격증이 없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직원이다. 그 직원은 "일임형 ISA 판매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이라며 말을 시작했다. 설명 도중 기자가 수수료 외 판매 보수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냐고 묻자 직원은 “다시 알아보고 전화 주겠다”고 말했다.
은행이 투자일임업 상품을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ISA 판매에 돌입한 은행은 관련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KB국민은행에서 파생상품 판매 자격증 취득 인원은 8000명이다. 신한은행 7100명, 우리은행 4400명, 기업은행 2700명의 직원이 이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임형 ISA를 출시한 은행 외에 농협은행은 일임형 ISA 허가를 위한 현장 확인이 늦어지면서 20일쯤 출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구 외환은행과의 전산통합 작업이 완료되는 6월쯤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