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심해지자 페이백 영업도 갈수록 음성화·정교화
직장인 최 모 씨(30, 동작구)는 3월 페이백을 받고 삼성전자 갤럭시S7을 구입했다. 당시는 제품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페이백은 현금을 구입자 계좌로 입금해주는 불법 보조금 지급 방식이다.
최 씨는 “매일 뉴스에 XX폰 대란이라는 식으로 나와서 나도 지원금을 더 받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XX폰 대란이란 지원금이나 페이백 액수가 높아 해당 보조금을 제공하는 판매점 때문에 해당 매장에서 판매량이나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여러 매장을 둘러봤다. 하지만 페이백을 지급하겠다는 곳은 없었다. 갤럭시S7이 시장에 나왔던 3월 초를 기점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백 등 불법 보조금 단속을 엄격하게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결국 인터넷에서 여러 군데를 검색한 끝에 한 네이버 밴드에 가입했다. 밴드에는 매일 행사 공지가 떴다. 공지 내용에는 신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배터리나 액세서리를 증정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연락처로 연락을 해본 결과는 달랐다. 해당 광고는 페이백 제공 판매점 광고였던 것이다. 영업은 기록이 남는 문자나 녹음이 가능한 통화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입을 원하는 손님이 직접 숨겨진 영업점을 찾아 상담을 받아야 했다. 상담은 현장에서만 이뤄졌다.
최 씨는 결국 18만원 페이백을 받기로 하고 갤럭시S7을 구입했다. 18만원은 바로 다음날 입금됐다. 그는 “단통법 이후 정부에선 불법 보조금을 없앤다고 하지만 받는 사람들은 다 받는 것 같다”며 “예전보다 단속이 엄격해져서 구입 과정만 까다로워졌다”고 지적했다.
5일 그가 연락했던 번호를 통해 해당 판매점에 접근을 시도했다. LG전자 신제품 G5를 구입하겠다고 하자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을지로 소재 사무실 위치를 알려줬다.
해당 사무실은 을지로 소재 빌딩 2충에 있었다. 상호가 적힌 다른 사무실과 달리 이곳 문 앞은 썰렁했다. 인기척도 없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직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깔끔한 흰색 벽을 신제품 G5 포스터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기 시간 일분이 지난 후 직원은 판매 신청서를 등록했냐고 물었다. 요즘엔 아예 광고와 연결된 페이지를 통해 본사에 사전 신청을 한 고객에게만 상담을 진행한다고 직원은 대답했다. 한 달 사이 페이백 상담 과정이 더 엄격해진 것이다.
상담을 받기 위해서 직장인은 사원증과 명함, 재직증명서를 제시해야 했고 개인 사업자는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제출해야 했다.
“그냥 알아보러왔는데 친구는 페이백을 18만원 받았다고 들었다”고 얘기하자 그는 “단속이 심해서 개통하겠다고 본인 명의로 신청한 고객이 아니면 상담을 일절 안 한다는 게 본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본사란 곳곳에 위치한 페이백 영업점을 총괄하는 이동통신 대리점을 뜻한다.
이 직원은 “최근 영업하는 데 잠입해서 녹음을 하거나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어떤 곳에서는 사무실에 금속 탐지기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참여연대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출고가를 내리는 방식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단통법 골격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라면서도 “이동통신사가 고객에게 공시지원금을 한도보다 낮게 지원하면서 대리점 불법보조금 영업을 조장한다는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선 단통법 취지대로 출고가가 인하되는 건전한 시장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