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은 2년간 바닥…관건은 하반기 덕혜옹주
지난 2년간 연이어 투자에 실패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분수령을 맞았다. 점유율은 25%에서 4%로 급감했다. 수입외화 흥행으로 최악의 실패는 면했지만 올해 첫 배급영화가 다시 실패하며 구석에 몰린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점유율 회복을 위해 투자배급에 더 몰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개봉예정인 ‘덕혜옹주’가 반전의 노림수가 될지 관심을 모으는 까닭이다.
◇ 연이은 대작 실패…점유율 추락
2016년은 롯데엔터테인먼트에게 중요한 분수령이다. 한때 롯데엔터테인먼트는 CJ E&M에 이어 국내 2위 투자배급사로 꼽혔다. 대기업 계열이라는 점도 든든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과감한 투자를 한 대작들이 연이어 실패하며 위기에 처했다. 2014년 역린에 100억원을 투자했지만 손익분기점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관객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스코어는 더 초라하다. 제작비 100억원을 투자한 협녀가 여름 성수기임에도 관객 43만명 동원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해적을 성공시킨 제작사 하리마오픽쳐스와 손잡고 70억원을 투자한 서부전선도 추석연휴에 61만명 관객 동원에 그쳤다.
서부전선의 61만명 기록은 지난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거둔 영화 1편당 평균관객 동원 숫자와 같다. 2011년 배급사별 점유율 25%로 2위를 기록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점유율이 4%로 추락했다.
◇ 그룹 내 위상 모호해…투자도 소극적
같은 기간 라이벌 3사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롯데엔터테인먼트를 멀찌감치 앞서나갔다. CJ E&M은 영화와 TV부문에 대한 적극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져 그룹 내 주력사로 자리매김했다. 오리온 계열 쇼박스는 담철곤 회장의 부인이자 창업주 차녀인 이화경 부회장이 적극 관여하며 순항하고 있다. 쇼박스 출신들이 독립해 창업한 NEW는 뛰어난 콘텐츠안목을 내보이며 영화업계의 대표주자가 됐다.
이에 비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그룹 내 위상이 모호하다.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모두 롯데쇼핑(시네마) 부문에 속해있다. 별도 계열사가 아니다.
제작자 출신 한 연구자는 “예전부터 롯데 오너 일가가 영화 사업에 큰 관심이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다른 경쟁사와는 달리 영화업계에 뿌리를 둔 인재도 부족했다”고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를 크게 줄이면서 이 같은 분석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올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영화 수는 지난해 12월 30일 개봉한 조선마술사까지 8편에 그쳤다. 역린이나 협녀와 같은 대형투자영화도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되레 수입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미국 파라마운트의 미션임파서블5를 국내에 독점 배급했다. 이 영화는 관객 600만명을 동원했다. 올해 기대작은 스타트렉 비욘드다.
다만 영화 수입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위기를 증명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작자 출신의 연구자는 “영화수입은 제작비 투자에 비해 훨씬 안전한 비즈니스”라며 “그렇게 해서는 영화 분야에서 브랜드가치를 회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덧붙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우 미국 성적 덕분에 국내 성적도 예상이 가능해 리스크가 적다”며 “리스크가 큰 제작투자를 안 한다는 건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용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도 “2016년 기대작 50선을 분석한 결과, CJ의 강세는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롯데의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NEW와 쇼박스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우려를 잠재울 반전의 수는 배급영화의 성공이다. 올해 남은 노림수는 사극이다. 지난 23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는 덕혜옹주가 크랭크업했다. 후반 작업을 마치고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감독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연출해 독자적 색깔의 연출력을 확립한 허진호 감독이다. 100만부 넘게 팔린 원작소설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흥행을 위한 토대는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