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비용 줄이고 거품 분양가 오명도 안사…‘우리만의 리그’ 운영

 

 

#지난해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화제가 된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최근 재분양에 나섰다. 최고 68.51의 청약률을 올릴 만큼 열기가 뜨거웠지만 투기수요에 따른 2차 계약금 미납이 대거 발생한 때문이다. 엘시티 더샵 시행사 측은 실수요 목적 대기자가 많아 걱정 없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미계약분 재계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분양 관계자는 재분양 때는 VIP 고객을 개별 접촉해 계약하는 일이 가능하다단지 내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커뮤니티를 보유한 부산의 명실상부한 고급 주택이 되도록 분양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시티 사태 영향으로 최근 시행사를 비롯한 고급 아파트 분양업계가 이른바 암실분양 마케팅을 검토하고 있다.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가투기바람을 불러 분양거품을 일으켰다는 오명을 쓸 우려가 적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산업계는 특히 과거 주택시장 마케팅 성공사례로 꼽는 두산중공업 트리마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년 전인 20143월 최고 43억 원에 달하는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를 분양하면서 주택공급규칙만 맞추는 수준으로 홍보를 최소화했다. 인근 중개사무소조차 분양 소식을 모를 정도였다. 모델하우스는 예약자에 한해서만 방문을 허용할 정도로 폐쇄적으로 운영했다. 결국 1~3순위 청약 접수 결과 688가구 모집에 27명 만이 접수해 0.03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두산중공업은 이때부터  공격적 마케팅에 돌입했다. 공급자는 청약 3순위까지 받았음에도 미달되면 선착순 분양이라는 명목 하에 수요자를 선택해 공급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규정상 불가피한 청약 절차는 조용히 진행해 청약률을 최소화하고, 명목상 미분양 잔여 세대를 VVIP에게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까지 422가구를 분양했. 처음 미분양을 만든 전략으로 투기꾼조차 몰려들 수 없는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행사들은 최근 두산중공업의 깜깜이 분양에 관심을 두는 것은 해운대 엘시티 더샵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곳은 지난해 말 분양 당시 70억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가로 화제를 모으면서 동시에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계약 해지 아파트는 110가구나 된다. 분양권 전매로 시세차익을 보려던 투기세력이 당첨 후 시장 상황이 안좋아지자 계약금 지급을 미뤄서다. 이럴 경우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긴다. 시행사 입장에선 계획한 자금회수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 시행을 담당한 송지영 엘시티PFV 이사는 투자 목적으로 계약한 일부 고객들이 계약금을 미루는 일이 많아져 발생한 일이라며 고급 고가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실거주 목적의 대기수요가 많은 만큼, 이들에게 기회를 드려야겠다는 판단에 계약 해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추가 분양을 할 때는 VIP 고객을 개별 접촉해 계약하는 일이 가능하다단지 내 안정적이고 수준높은 커뮤니티를 보유한 부산의 명실상부한 고급 주택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분양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시행사 관계자는 투기세력이 많으면 청약율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일단 청약해 놓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 시장이 혼탁해진다마케팅 비용도 줄이고 실수요 분양율을 높이는 차원에서는 빈수레만 요란한 것보다 사실상 이같은 방법이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분양예정인 제2롯데월드 42~71층 레지던스 오피스텔도 이같은 마케팅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레지던스 분양은 롯데건설이 맡는데 현재 분양대행사 선정 과정에 있다. 분양 예정가는 3.3제곱미터 당 1억 원의 초고가다.

 

국내 대형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수요가 한정된 고가 공동주택 분양의 경우 타깃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굳이 많이 알릴 필요가 없다때문에 시행사나 시공사도 알음알음 분양하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아직 분양대행사를 선정 중인데다가 분양가도 확정은 아니다시장상황 등 검토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분양방법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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