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 교섭 형태로는 성과주의 도입 어려워"…금융노조는 "산별노조 파괴 목적" 반발

7개 금융공기업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을 위해 단위 노조와 개별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공기업의 탈퇴 통보가 산별노조 파괴 목적이라고 반발했다.

 

탈퇴를 통보한 7개 공기업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이다. 

 

 

금융권 사용자 모임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서울 은행회관에서 4차 대표자 회의를 30일 열었다. 이날 협의회는 7개 금융 공기업이 협의회 탈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융공기업들이 협의회 탈퇴를 선언한 것은 각 사별로 성과주의를 도입하는데 속도를 내려는 의도다. 개별 노사협상이 아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의 산별 교섭 형태로는 성과연봉제의 빠른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공기업들은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에서 제안한 산별 노사 공동 TF(태스크포스) 구성을 거부했다"며 "산별교섭 노측 요구안은 오히려 성과연봉제 도입, 신규직원 초임 조정 통한 신규채용 확대,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 사측 요구사항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더욱이 금융노조는 성과주의 저지를 위해 한국노총의 노동법 저지투쟁 일정에 맞춰 6월 교섭을 결렬하고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라며 "현재 산별교섭 형태로는 성과연봉제의 조속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금융노조는 2016년 산별교섭 노측 요구안을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제출했다. 같은 날 사용자협의회도 사측 요구안을 금융노조에 보냈다. 

 

금융노조는 요구안에 성과연봉제 등 개인별 성과차등 임금제 금지, 성과평가로 해고 등 징벌 금지, 신입직원에 대한 차별금지 등을 담았다.

 

금융공기업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정부의 경영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기한안에 도입하지 못하면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아 조속한 도입이 시급하다"며 "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간 교섭으로 성과주의가 타결되길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개별 협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원사 대표자들은 금융공기업 탈퇴와 상관없이 성과연봉제 도입, 신규직원 초임조정 통한 신규채용 확대, 저성과자 관리 방안 도입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노조는 금융공기업의 탈퇴 통보가 산별노조 파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공기업이 탈퇴해도 노측 교섭권은 여전히 금융노조에 있다고 전했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7개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선언했다. 이는 산별노조 파괴행위로 노조를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나기상 금융노조 본부장은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도 임금 및 단체협상의 노측 교섭권은 여전히 단일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에 있다"며 "금융공기업들도 금융노조가 교섭권을 지부에 위임하지 않는 한 개별 협상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산별교섭의 틀을 흠집내고 산별 노사관계를 파탄내려는 시도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7개 금융공기업이 무리하게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것은 금융위원회의 압박 때문으로 본다"며 "성과주의는 순위를 매겨 낮은 점수를 받은 직원의 임금을 낮출 뿐 아니라 쉬운 해고까지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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