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승인 여부 관심, 심사 길어지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 평가하는 공정경쟁위원회 심사보고서가 이번 주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발표된 ‘2015년 이동통신 시장경쟁 상황보고서’로 업계 여론은 다시 한번 달아오른 상태다. 하지만 이 보고서 공개가 미뤄진데다 내용이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관련기관 결정도 비슷하게 흐르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인수합병을 밀어 붙이려는 SK텔레콤과 이를 저지하려는 KT와 LG유플러스는 사활을 걸고 4개월간 여론전을 펴왔다. 각사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이 지난달 3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토론회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 집단도 찬반양론으로 나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던 중 중립적 공공기관인 KISDI 보고서는 업계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교수마다 자신을 추천한 기업 주장과 비슷한 시각으로 토론에 나서 실망했다”면서 “그런 점에서 KISDI 경쟁상황평가 보고서 내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KISDI 보고서는 이동통신 결합상품 시장에서 SK텔레콤 점유율이 50%를 넘고 있다는 점과 이동통신 업계에서 1위와 2위 사업자 간 영업이익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동 발표를 통해 이 보고서가 SK텔레콤이 이미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이동통신 시장과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공정위가 더 신중하고 엄격하게 심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KISDI는 SK텔레콤 결합상품 판매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격차에 대응해야하는 지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유보했다. 이미 2015년 말 발행된 보고서가 수년간 지속된 관례와 달리 3월에 발표된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2월에 게시됐어야 할 보고서가 올해에만 늦게 나온 이유는 뻔한 것”이라면서 “KISDI 뿐 아니라 공정위나 공공기관 사람들이 다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물론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도 4월까지 애매한 입장을 취하거나 조건부승인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4월 총선 후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가 구성되기 전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해 조건부승인 결정이 난다면 SK에겐 최상의 시나리오다. IPTV(인터넷프로토콜TV)사업자의 종합유선방송사업(케이블) 보유를 규제하는 통합방송법 논의가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했을 때도 점유율 5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당시처럼 이를 어겼을 때 처벌을 할 법규정이 없다 조건을 다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마치고 결론을 내더라도 미래부와 방통위에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서면결의를 하던 관례와 달리 자체적으로 본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공정위도 부담을 덜게 됐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이 모두 이 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SK텔레콤 생각과 달리 상황이 복잡해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