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위아 의왕연구소 이전…현대차그룹 “단순 협업 목적"
현대차그룹 내부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됐다.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현대로템과 현대위아 본사의 의왕연구소행이 결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사무실 이전 이유를 지원조직과의 협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희망퇴직 유도가 목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8일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을 떠나 경기도 의왕연구소로 이전했다. 철도, 플랜트, 중기사업부, 구매, 지원 등 총 500여명 규모의 조직이 의왕연구소로 옮겼다.
현대로템은 양재동에 있는 서울사무소와 의왕연구소의 사업장 통합 추진이 사업 진행 의사결정을 신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 구매, 연구소 지원조직 간 유기적 협업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설명이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양재동 사옥 임대료가 비싸지 않다. 직원 수백 명의 이전비도 저렴하지 않다. 협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목적은 현대로템의 구조조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의왕연구소는 서울에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유도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현대로템에선 최근 사내 변호사를 포함해 수십명의 직원이 희망퇴직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글로벌 철도업계 경쟁 과열로 수주가 추락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 손실만 1929억원이다. 현대로템은 올 초부터 과장 이상급 관리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임원 연봉 반납, 관리직 연봉 동결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안도 시행 중이다.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업체 현대위아도 내달 의왕연구소로 서울 사무소를 옮긴다. 의왕연구소에서는 현대로템과 같은 건물을 쓰게 된다. 현대로템과 방위산업 부문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위아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5009억3000만원으로 전년보다 4.7% 줄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센터(GBC) 신축을 위해 5월 중 구 홈플러스 본사로 사옥을 옮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부 사정이 지난해보다 나아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악회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며 ”사무실 이전에는 여러 목적이 있지만 단순 협업만이 이유로는 보이지 않는다. 경영진 입장에서 당장 영업돌파구가 보이지 않으면, 직원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