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완벽하지 못하면 변칙행위 계속될 것"
정부가 변칙적인 부의 대물림을 근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고액자산가들이 신종수법들을 동원해 재산을 이전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달 초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고액 재산가의 자본거래·공익법인 등을 통한 변칙 상속·증여, 불법 자금유출 등을 차단하기 위해 세무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세무행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의지는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변칙행위로 인한 탈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고액자산가는 서울 도심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을 A사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관할 세무서로부터 6000만원의 증여세가 기입된 부과 통지서를 받았다. 세무서 측은 A사의 주식 약 8% 가량을 갖고 있는 B씨가 고액자산가의 외손자이기 때문에 고액자산가의 건물 증여가 B에 대한 변칙 증여라고 주장했다.
B씨는 곧장 조세불복 절차에 들어갔다.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B는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모두 승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결손금이 없는 법인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경우에는 추가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액자산가가 건물을 증여할 당시 B사는 780만원의 결손금을 기록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A사가 건물을 증여받고 법인세 15억여원을 납부한 점을 비춰, 외손자인 B씨에는 증여세 납부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A사가 법인세를 납부한 이상 B씨에게 증여세까지 부과하면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현행 법에선 법인이 재산을 증여받았을 때 그 가액을 자산수증이익(익금)으로 잡아 법인세를 부과하게 돼 있다.
국세청은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는 이 판결 때문에 적자법인이 변칙증여의 수단을 활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법원은 사실관계를 보고 법문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판결로 비슷한 변칙행위가 줄을 이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2001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일가의 변칙적인 증여행위에 정부가 뒤늦게 과세결정을 한 것처럼 제도가 완벽히 갖춰있지 못하면 변칙증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