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등기이사직 줄줄이 내놓아…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준비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제과에 이어 호텔롯데 등기이사 자리도 내려놓는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사실상 모든 계열사에서 퇴진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 같은 공세에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반격카드가 마땅치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22일 롯데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호텔롯데 이사회에서 신 총괄회장 재선임 건은 논의되지 않아 다음 주로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롯데제과에서처럼 등기이사에 다시 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퇴임토록 하게 한 것. 롯데제과가 오는 25일 정기 주총을 앞둔 상황인 만큼, 신 총괄회장은 다음 주 이내에 한국 롯데 두 주력회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1973년 5월 호텔롯데 등기이사가 된 지 43년만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재선임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 재판을 받는 등 더 이상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방식으로 다른 계열사에서도 신 총괄회장을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할 방침이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모두 끄겠다는 신동빈(61)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 국내 계열사 7곳의 등기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 다수 계열사 등기이사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롯데제과·호텔롯데에서 이번달 임기만료와 함께 물러나고 롯데쇼핑·롯데건설은 내년 3월, 롯데알미늄은 내년 8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광윤사를 제외한 일본 계열사에서도 임기만료와 함께 물러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윤사의 경우 현재 신 전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어 신 총괄회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의 강공이 계속되고 있지만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측은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이사직 해임의 부당성을 알린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으로서는 성년후견인 재판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신 전 부회장은 지난 6일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 이후 일본에 머물며 6월 예정된 정기 주총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의 소송전은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며 경영권분쟁 관련 재판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도 소송전 및 한국 여론전에 집중하는 대신 단숨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일본에서의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그동안 종업원지주회 이사진을 포함한 소속 직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종업원지주회 의결권을 이사장 1인이 행사하는 구조에서 우호지분으로의 포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종업원지주회 이사진은 롯데홀딩스 경영진이 임명한다. 신 전 부회장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종업원지주회 직원 1인당 2억5000만엔(약 26억원) 상당의 당근책까지 제시했지만 포섭에 실패했다. 더욱이 임시 주총을 통해 종업원지주회 이사진이 경영진의 통제 하에 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돼 정기 주총 전망도 어둡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신 회장이 지난 1월 일본 법원에 지난해 10월 광윤사 주총 및 이사회 의결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황도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당시 이사회에선 신 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하고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선임된 바 있다. 또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 지분 일부를 넘겨받으며 지분 과반을 확보해 광윤사를 장악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 판단력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만큼 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 대표 자격으로 롯데홀딩스를 흔드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해석된다.
한편,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23일 오후 5시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 3차 심리를 진행한다. 이날 심리에선 신 총괄회장의 연건동 서울대병원 입원 감정과 관련해 배석인·간병인·면회 일정 등이 협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