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폰 구입시 이통사 대리점보다 대형유통점·온라인쇼핑몰 선호 뚜렷

신촌 삼성 모바일 스토어 매장 내 모습. / 사진=민보름 기자

 

그냥 잘 안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초구 소재 한 이동통신 대리점 직원이 말했다. 그는 5년 넘게 스마트폰 판매 일을 해왔다. 이 직원은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은 내수침체와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점주들은 단통법 이후 판매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판매점 점주는 우리나라 시장 자체가 프리미엄 폰 위주인데 단통법 때문에 보조금을 많이 못주다보니 고가 스마트폰 손님이 점점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형 유통점이나 공기계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015년 품목별 누계 매출 순위에서 스마트폰이 개인용 컴퓨터(PC)를 최초로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2013년부터 하이마트 매장 안에 별도로 모바일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도 늘고 있다. 이베이 코리아 계열인 옥션과 지마켓, 인터파크 등 3대 오픈 마켓은 스마트폰 항목을 따로 두고 있다. 인터파크는 KT와 함께 샤오미 홍미3 판매 프로모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신촌 지역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스마트폰을 살펴보던 한 직장인(26, 서대문구)요즘 스마트폰이 하도 비싸서 온라인으로 공기계를 살까 생각 중이라며 한국에 수입 안 되는 일본 제품은 주파수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화웨이나 중국 제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로드숍 판매가 줄고 대형 유통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스마트폰 유통구조가 수년 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점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면 굳이 제조사에서 마케팅비를 써가며 이동통신사나 판매점을 지원할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제조사가 자체 유통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 위주 유통구조에 금이 가는 징조는 이미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를 출시하면서 1 년 뒤 이 제품들을 신제품으로 교환하는 갤럭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스마트폰 임대를 시작하는 셈이다. 갤럭시 클럽은 삼성 디지털 플라자에서만 가입을 받고 있다.

 

한 유통 전문가는 이미 시장은 번호이동에서 기변(기기변경)으로 넘어갔다면서 이동통신사나 대리점 입장에서 기기변경 수익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유통점이 골목상권과 차별화돼서 마케팅 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년 내에 기존 스마트폰 유통 점포들은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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