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관계인 지분 35%…당국도 막을 방안 없어

탈세와 분식 회계로 유죄 판결 받은 조석래 효성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이 다음주 주총에서 사실상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뉴스1 

 

탈세와 분식 회계로 유죄 판결 받은 조석래 효성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이 다음주 주총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 특수관계인 지분이 지난해말 기준 35.37%에 달한다. 금융 당국도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의 재선임을 막을 방법이 없다.

 

효성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서울시 마포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효성 이사회는 이번 주총 안건으로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 이상운 부회장은 탈세와 분식회계, 횡령 등으로 유죄판결 받았다. 증권선물위원회은 2014년 7월 조 회장과 이 부회장에 대해 효성의 분식회계 책임을 물어 해임을 권고하고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효성은 분식회계를 인정, 과징금은 냈으나 대표 해임 건에 대해선 행정 소송을 냈다.

 

효성의 이사진 구성도 논란이다. 이사 10명 중엔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이상운 부회장, 조현상 부사장이 포함됐다. 즉 이들은 자신들 재선임 안건을 스스로 올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효성 이사진은 조석래 회장 일가 등 친정체제로 구축돼 무리없이 재선임 안건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6명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손병두 전 KBS 이사장,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 한민구 전 한국특허정보원 이사장, 이병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소장, 박태호 국제공정무역학회 회장 등이다. 효성은 오는 20일 임기가 끝나는 최중경 전 장관의 재선임 안건도 주총에 올렸다. 최중경 전 장관은 조석래 회장의 고등학교 동문이다. 

 

조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재선임 안은 주주들이 의결하는데 조석래 회장 특수관계인 지분이 35.37%에 이른다. 국민연금 지분은 10.37%, 소액주주는 49.5%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특수관계인보다 높지만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율이 낮다. 소액주주는 2만5144명이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에 따르면 소액주주 주총 참석율은 35%에 불과하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주총에서 중요한 것은 참석율이다. 대주주는 참석율이 높고 소액주주는 낮다"며 "특수관계인 지분 35.37%, 소액주주 49.5%을 감안하면 재선임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지난 주총에 이어 이번에도 재선임안을 반대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며 "참석율이 낮은 소액주주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탓"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도 재선임을 막을 방법이 없다. 당국은 효성의 대표 해임권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항고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했다. 지금은 효성의 대표 해임권고 행정소송 1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주가 주총인데 선고 기일조차 나오지 않았다. 효성은 행정소송 1심에서 져도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 제안으로 이들의 해임안을 임시 주총에 올리기도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관치 논란 눈치로 조 회장과 이 부회장의 해임안을 올리기 어렵다"며 "연금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효성 주주총회에서 조석래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했다"며 "이번에도 당시와 조건 변화가 없다면 연금의 입장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으로 유죄 받은 이사진 해임안을 올릴 것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국의 대표 해임 권고와 사법부의 유죄 판결에도 효성은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업 대다수는 당국이 제재 조치로 대표 해임을 권고하면 이행한다"며 "효성처럼 당국의 대표 해임을 거부하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항고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사무국장은 "효성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고 개선할 능력을 상실했다. 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를 가족 소유물로 착각하고 맘대로 하려는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독당국의 제재나 주주들 반대, 사회적 지탄 여론에도 버티는 조석래 회장 일가와 같은 경우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법에 이사 자격제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며 "현행 특경가법 14조의 취업제한 규정도 강화해 총수일가의 잘못된 유인구조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성 관계자는 "지난해 효성이 최대실적을 거둔 점 등 현 경영진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효성물산 합병 당시 분식회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기업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기업 실적이 좋았다고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분식회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효성의 주장은 넌센스다"고 말했다.

 

지난 1월15일 재판부는 조 회장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함 1358억원을 탈세했다고 판결했다. 배당가능 이익이 없는데도 분식 결산으로 경영진 이익을 초과 배당해 상법을 위반한 혐의 중 일부도 유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에 징역 3년,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조현준 사장은 16억원을 법인카드로 횡령하고 조 회장의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받아 증여세 70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 중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조 회장의 범행을 도운 이상운 효성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효성은 지난 2014년 10월 증선위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에도 증선위의 대표 해임 권고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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