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달러 환율 오르고, 주가 지수 하락
10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부양책에도 유럽 주식시장은 싸늘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이 악수(惡手)였다. 유럽의 주요 주가지수는 드라기 ECB 총재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에 하락으로 급전환했다.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ECB는 기준금리를 0.05%에서 0%로 0.05% 인하하고, 대출금리를 0.30%에서 0.2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하루 동안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예금금리도 -0.40%로 0.10%포인트 내렸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저축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월간 자산매입 규모도 600억유로에서 800억유로로 200억유로 늘렸다.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한다는 조치다. ECB는 기존에 포함하지 않았던 투자등급 비은행 회사채도 자산매입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강한 부양책이었다. 유럽 증시는 2~3%이상 급등했다. 미국 뉴욕 증시도 상승 출발했다. 유로·달러 환율도 1.08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유로·달러 환율은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다시 1.11달러대 후반으로 올라섰다.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서 유럽 주가지수도 떨어졌다. 영국 FTSE 100지수는 부양책 발표 전과 대비해 107.66포인트 내린 6036.70에 마감했다. 독일 DAX지수도 219.74포인트 떨어진 9498.15를 기록했다.
드라기 총재는 ”새로운 요인이 나타나면 금리에 대한 입장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ECB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시장에서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놓고 추가 경기 부양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로버트 브루스카 FAO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ECB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ECB는 성실하고 공격적인 부양책을 내놓고도 결국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편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향후 지속될 양적완화와 자금 공급,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정책은 결국 우호적”이라면서 “유럽계 자금이 더 풀리는 효과에는 반전이 없고, 이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