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구 맞춤형 평가, 우리 문화에 안 맞아”

10일 오전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베르나르 델마스 미쉐린 그룹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고재석 기자

레스토랑호텔 평가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 연내 발간이 공식화되면서 평가기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의 기준이 서구 음식문화에 터 잡고 있어서 국내에 맞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베르나르 델마스 미쉐린그룹 부사장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델마스 부사장은 전 세계에 적용한 기준을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며 재료나 요리사의 개성, 가격 대비 합리성 등은 보편적인 가치라고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판단의 주체는 결국 미쉐린 가이드 평가단이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한국인이 가진 식당에 대한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음식문화현상을 연구하는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한국은 밥과 국을 중심에 두고 찬음식과 뜨거운 음식을 한꺼번에 즐기는 특수한 음식문화를 가졌다음식은 보편적이기보다는 특수하고 지역적인 것인데 거기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맛집 문화에 미쉐린 가이드 기준을 적용하면 낮은 평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델마스 부사장은 한국만의 정서나 식문화가 있지만 우리가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도 강보라 박사는 서구 레스토랑 평가 가이드에서 말하는 서비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서구형 프랜차이즈 산업이 커지면서 생긴 시장변화에 기인한다“‘이모로 상징되는 우리 특유의 식당문화는 그런 서비스 기준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일각에서 불고 있는 유명 한식 레스토랑 유력설도 도마에 올랐다. 델마스 부사장은 한류 확산에 힘입어 한식에 대한 인기가 세계적으로 높아졌다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을 통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한 공공연구기관 관계자는 미쉐린 가이드가 보편적이라 주장하는 기준에 적합한 한식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결국 융합이라는 명분하에 서구형 입맛에 맞춘 한식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때문에 평가단 구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특히 한국인 평가단 비중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미쉐린 측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섞여있다면서도 그 이상의 정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한편 이제까지 출간된 미쉐린 가이드 총 26개 에디션 중 아시아 도시는 도쿄, 홍콩, 마카오 등 3개다. 첫 아시아 에디션이 나온 일본 도쿄에서 최고 평가인 별3개를 받은 식당이 8개나 나오면서 화제가 됐지만 일본 특유의 서비스 문화가 평가기준에 적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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