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브랜드효과 극대화·프리미엄 제품 개발로 맞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노브랜드와 PB(Private Brand)가 인기를 끌자 주요 제과·식품업체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바뀐 시장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주력제품의 자매품을 새로 출시해 브랜드효과를 활용하거나 PB시장과 구별되는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서는 사례가 눈에 띈다. 경우에 따라서는 PB제품 제조사로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기존 브랜드효과를 활용하는 오리온
제과업계 강자 오리온은 42년 만에 초코파이의 자매제품을 내놓으며 기존 브랜드효과를 적극 강화하고 있다. 장기간 연구개발 끝에 나온 초코파이 바나나맛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중 판매에 들어갔다.
오리온 측은 20년 넘게 초코파이만 만들어 온 파이팀장을 중심으로 10여 명의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3년에 걸친 연구 개발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기존 초코파이와 같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제품은 국내에서 성공을 하고 나서 수출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며 “PB에 특별히 대응한다기보다는, 오리온이 잘하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 기대감도 높은 편이다. 직장인 서환수(30) 씨는 “초코파이는 맛이 보장되지만 오래 먹어서 질리는 느낌도 있는데 바나나맛으로 나온다면 호기심이 생겨서 먹어보고 싶다”며 “PB과자를 사먹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소비”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이외에도 스윙칩과 오!감자 등 스테디셀러 제품을 소비자 기호변화에 맞춰 여러 맛으로 출시하며 브랜드효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농심·삼양식품, PB와 구별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
편의점 PB라면 인기에 유탄을 맞은 라면업계는 연구개발 능력을 무기삼아 차별화 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낸 업체는 업계 1위 농심이다.
농심은 짜장라면 짜왕이 작년 4월 출시 이후 판매 9개월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7일 밝혔다. 짜왕은 굵은 면발을 활용해 간짜장의 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지난해 4월에 출시됐지만 연간 라면매출 순위에서 4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었다.
삼양식품은 ‘갓’브랜드 명칭을 사용한 3개의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남석 삼양식품 홍보실장은 “갓이라는 단어는 신선하기도 하고 젊은층도 좋아해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프리미엄 짜장·짬뽕라면 경쟁전선을 비빔면으로 확장한 게 눈에 띈다.
삼양식품은 제주산 무를 15일 숙성시켜 만든 동치미를 사용해 맛을 낸 비빔면 ‘갓비빔’을 출시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가격은 1500~1600원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고품질의 식재료 사용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PB라면 공습 국면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3일 이마트에서 출시된 이마트·SM엔터테인먼트 제휴 PB상품 중 라면류 제조를 맡고 있다. 엑소 손짜장이 대표적이다. 라면업계 복마전에서 유연한 시장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다만 PB제조업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남석 삼양식품 홍보실장은 “PB제품 기획과 프로모션은 마트에서 담당한다”며 “의뢰에 맞춰 제조해서 납품하는 정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