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찾아라’...에너지부터 바이오까지 확장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사업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2차 전지에서부터 수처리, 바이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처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만으론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하고 신 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중장기적 미래 변화 방향으로 에너지, 물, 바이오 분야를 선정하고 역량을 모은다는 전략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에너지, 물, 바이오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며 “해당 분야 솔루션 사업을 집중 육성해 LG화학이 영속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근본적인 성장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등에 투자를 늘려왔다. LG화학은 2014년 4월 미국 해수담수화용 역삼투압(RO)필터 제조업체 '나노에이치투오(NanoH2O)'를 인수하며 수처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LG화학은 NanoH2O 인수 1년반만에 산업용수용과 가정용 필터 제조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바이오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월 농약 원료 제조사인 동부팜한농 지분 100% 인수 계약을 맺고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을 시작으로 인수·합병를 포함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에너지저장장치와 수처리 사업을 위해 전기공사업·환경전문공사업과 환경시설운영관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은 아직 검증 단계에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너지저장창치에 레독스 흐름전지(RFB)를 사용할 예정이다. RFB는 LG화학, 삼성SDI가 사용하는 리튬이온 전지와는 다른 형태로 양극·음극·전해액 등 전지 내부에 리튬 대신 바나듐(V2O5) 등 물질을 넣는다. 롯데케미칼은 본사 사옥과 롯데마트 평택지점에 250㎾h급 RFB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고 검증을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처리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삼성SDI 수처리 분리막 사업을 인수했다. 삼성SDI는 수년간 수처리 사업에 관한 연구개발을 진행했지만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했다. 업계에선 롯데케미칼 수처리 분리막 역시 연구· 실증 단계에 불과해 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에 집중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한다는 취지로 케미칼 사업 부문을 롯데케미칼에 2조585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정밀화학 지분 14.65%도 롯데에 넘겼다. 삼성SDI는 매각 대금을 이용해 5년간 2조원을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과 소재 연구개발 강화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희망 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 효율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부장급과 일부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말부터 일부 유휴·중복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받아왔다.
삼성SDI 관계자는 "주력 사업 변화와 각종 인수·합병(M&A), 사업부 매각 등 경영 환경 변화 과정을 겪으면서 조직과 인력 효율성이 필요해졌다"며 "인건비와 경비는 줄이고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 밝혔다.
다만 삼성SDI는 주력 사업인 배터리 부문에서는 채용을 확대해 배터리 부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급 과잉과 중국 업체 자급률 상승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외부 환경 좌우되지 않는 새 먹거리가 필요해졌고 에너지·수처리·바이오 등 사업 다각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