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구조조정 재발 우려...조선 3사 일감 찾기 골몰
한국 조선업에 빨간불이 커졌다. 국내 조선업계 일감이 1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조선 3사는 수주절벽에 대비하기 위해 수익성 개선작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조선 불황이 2년 이상 이어질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4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전 세계 수주 잔량은 1억383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로 전달보다 203만CGT가 줄었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이 3769만CGT로 1위였고 한국(2844만CGT), 일본(2182만CGT)이 뒤를 이었다. 한국 수주잔량이 2900만CGT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4년 8월말 이후 11년6개월만이다.
수주잔고는 조선사 일거리를 나타내는 지표다. 조선 3사는 지난해부터 수주절벽 우려가 불거지자 구조조정으로 임직원 3000여명을 내보냈지만 전망은 여전히 잿빛이다. 올해 한국이 확보한 수주 잔량은 1~2년치 일감에 불과하다. 올해 반등하지 못하면 대량 구조조정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여건은 최악이지만 조선 3사는 희망을 말한다. 지난해 실적에 적자 대부분을 반영했고, 올해 수익 구조 재편 등을 통해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국내 조선 3사 중 그나마 형편이 나은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지난달 국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2월초 터키 디타스가 발주한 유조선 2척을 수주했고 현대중공업이 2월 중순 아시아 선주로부터 LPG선 1척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총 3억달러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모잠비크 해역에 투입될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를 단독협상중이다. 계약에 성공하면 수주액만 25억 달러 규모다. 연내 발주에 성공하면 올해 신규수주 목표치인 125억달러를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참석을 위해 이란을 방문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이란 석유부 장관과 만나 원유 매입과 선박 수주 관련된 사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면담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이란 최대 탱커 선사인 NITC로부터 180억 달러 규모 탱커와 LNG선 수주 지원을 요청했다. 이란은 원유 생산을 위한 해양플랜트와 이를 운반하기 위한 유조선 및 LNG선이 부족한 상황이다. 180억 달러 상당의 탱커와 LNG선이 발주될 경우 이는 단일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양형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2016년 전세계 발주량이 저조한 가운데 대규모 수주 소식은 가뭄에 단비”라며 “전 세계 조선소, 특히 중국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조선소가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다면 조선업종의 반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