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경험 중요해지며 삼성전자 모바일 전용매장 강화 필요성 대두
국내 한 금융사에 종사하는 임아무개씨(28)는 아이폰 시리즈를 줄곧 사용해오고 있는 아이폰 마니아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7을 체험해보고 카메라와 디자인에 만족해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체험 과정 속에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임씨는 “아이폰이 출시되면 바로 애플 전용 매장으로 가서 체험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갤럭시S7의 경우 딱 떠오르는 특정 장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제품은 세련됐는데 유통에 있어선 애플보다 투박한 느낌이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제품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 애플보다 뒤쳐져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제품이 출시되면 애플스토어를 통해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일부 국가의 애플스토어의 경우 세련된 디자인과 컨셉으로 국내 여행자들에게 관광코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애플은 한국엔 애플스토어를 열지 않고 있다.
애플이 국내에 애플스토어를 열지 여부가 아이폰 이용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에선 프리스비가 애플로부터 전용 판매점으로 인정을 받고 애플스토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놀이의 장’이란 의미를 함축한 이름의 프리스비는 명동, 홍대, 강남 등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어 약속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해당 매장에선 애플의 제품을 사용해보고 점원으로부터 사용법을 배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모바일 제품을 전국에 있는 ‘삼성 모바일 스토어’에 전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위치한 딜라이트를 비롯한 일부 매장은 애플스토어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규모와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다양한 스마트폰 악세사리를 판매하고 있어 평일에도 소비자 발길이 이어진다.
딜라이트와 같은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삼성 모바일 스토어는 삼성 디지털 프라자에서 다양한 가전제품들과 함께 전시돼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보단 차가 다니는 큰 길에 위치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에어콘, TV 등 다양한 제품들과 함께 전시돼 있어 스마트폰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느끼기 힘들다.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S7 역시 이곳에 전시됐다.
이 같은 모바일샵 운영 행태의 차이가 삼성과 애플의 태생적 차이점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정 제품만 생산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다양한 가전제품을 함께 생산한다”며 “모든 매장을 모바일 전용 샵으로 꾸미는 것은 한계가 있어 일부 매장만 모바일에 특화된 컨셉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품 경쟁력 자체만큼 고객경험이 중요해지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제품에 걸 맞는 유통공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유원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은 고객경험도 제품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모든 유통망을 일관된 컨셉으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기술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어떤 고객경험을 제공하느냐에서 승부가 갈리게 된 만큼 국내 업체들도 지금보다 유통 플랫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