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소통확대해 저변확대·프리미엄 이미지 두마리 토끼 잡자"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연초부터 한 해 장사를 책임질 주력모델을 연달아 내놓으며, 신차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각 사 최고경영자(CEO)도 같이 분주해졌다. 과거 대형 행사에만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지역 행사를 비롯, 사전 예고 없이 서브(Sub) 브랜드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자사 신차 챙기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대차, 경영승계 앞두고 바빠진 정의선 부회장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코보센터를 돌며 해외 자동차업계 관계자들과 명함을 교환하고 있다. / 사진=박성의 기자

업계가 주목하는 건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다. 2년 전까지 정몽구 회장을 도와 일선을 챙기던 모습에서 탈피, 지난해부터 자동차행사에 등장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2014년과 2016년을 놓고 보면 차이는 확연하다. 2년 전 정 부회장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불참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매년 1월 열리는 연례행사다. 자동차업계 향후 기술 척도 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자동차 거물들이 총 집결한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제네시스와 K9이라는 프리미엄 차종을 북미시장에 첫 선보였다. 정 부회장이 참석할 명분은 충분했다. 결국 정 부회장은 업계 기대를 깨고 개인일정이 잡혀있다는 이유로 모터쇼에 불참했다. 정 부회장은 그 해 파리, LA에서 열린 모터쇼 역시 불참했다.

 

2016년 정 부회장의 행보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소개하는 연사로 섰다. 회색 정장과 연푸른 타이를 맨 정 부회장은 358초 발표 동안 유창한 영어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다음 달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도 참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정 부회장은 제네바 모터쇼를 참관한 뒤 유럽 법인을 둘러볼 계획이다. 여기에 정 부회장이 3월 열리는 제주도 전기차 엑스포에도 방문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현대·기아차 수장이 삼 개월 동안 세 개의 국내외 자동차 행사를 직접 챙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두문불출하던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마저...광폭행보 증가할 것

  

24일 서초 캐딜락 전시장에서 열린 신차 ATS-V 출시 행사를 찾은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 / 사진=캐딜락

24일 서초 캐딜락 전시장에서는 신차 ATS-V 출시 행사가 열렸다. 국내에서 캐딜락 ATS 브랜드는 생소하다. 행사 규모 역시 쇼룸에서 신차를 공개하는 수준으로, VIP 참석자로는 캐딜락 국내법인 사장이 예고됐다.

 

행사가 시작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행사장을 전격 방문한 것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그 동안 한국GM 수장으로 부임 후 언론노출을 철저히 피해왔다. 그런 그가 한국GM 신차가 아닌 형제브랜드인 캐딜락 행사를 직접 챙겼다는 점은 파격적인 행보로 비춰진다.

 

제임스 김 사장은 서툰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국내 수입차 시장은 날로 커져갈 것이다. 캐딜락이라는 신차를 직접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다만 발표가 끝난 뒤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인터뷰가 어렵다는 핑계로 급히 행사장을 나갔다.

 

한국GM은 임팔라 국내 생산 문제를 놓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에는 GM의 한국법인 철수설까지 일었다. 제임스 김 사장으로서는 언론 접촉을 꺼리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캐딜락 행사를 챙겼다는 것은, 경쟁사 CEO들의 연이은 광폭행보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지난해 6년 만에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며, 연초부터 활발한 언론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인터뷰를 통해 신차 출시 계획 등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프랑수아 프로브 사장과 박동훈 부사장이 SM6 신차발표회에 동반 출격했다. 지난해 신차출시가 부진했던 만큼 올해는 경영진이 직접 나서 ‘SM 부흥기를 재현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밖에도 벤츠, 도요타, 포르쉐코리아 CEO 역시 자사 신차 및 경영전략 발표회를 통해 언론접촉 횟수를 늘려가는 모습이다. 자동차 산업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Red Ocean)으로 전환하면서, 향후 CEO들의 활동영역이 책상을 넘어 현장으로 점차 번져갈 것이란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자동차 경기 상승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수에서는 수입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여기에 국산차의 추격이 더욱 거세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CEO들로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중차 이미지를 부각해야 한다. 동시에 수익 극대화를 위해 프리미엄 이미지도 가져가야 한다. , 두 개 전략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CEO들의 넓어진 행보는 결국 투 트랙 모두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