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 다국적기업 거래정보 공개 강화

구글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주소를 두고 돈을 벌다가 적발돼 영국 국세당국에 1억 3000만 파운드를 내기로 했다.

 

이처럼 여러나라에 법인을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은 계열기업 간 거래를 통해 소득을 쉽게 이전할 수 있다. 소득의 발생장소를 옮기는 이유는 각 나라 법인세율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품 팔아 이윤을 남겨도 그곳이 한국이냐 외국이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순이익의 양이 달라진다. 100억원을 벌었을 때 한국에선 78억원(법인세 22% 가정)의 세후소득을 올리지만 세율이 낮은 국가에선 거의 전액을 가져갈 수도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흔히 이용하는 수법 중 하나가 상품 가격을 조작해 소득을 이전하는 것이다. 한국에 있는 법인이 해외 자회사에 100원에 공급해야 하는 상품을 10원에 넘긴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한국법인은 정상적으로 100원의 매출을 올려야 맞지만 가격조작으로 장부에는 10원만 기록된다. 한국법인의 매출은 줄고 소득은 해외로 옮겨진다.

 

해외 자회사를 둔 기업들은 이 방법이 쉽기 때문에 흔히 유혹에 넘어간다. 10년 넘게 국내 대기업의 회계감사를 했던 한 회계사는 이전가격을 통한 소득이전은 다국적기업에겐 달콤한 유혹이라면서 회계감사에선 계약의 적정성은 검토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가격조작 여부자체를 따지지 않는다. 기업들이 역외탈세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사후에 국세청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일선 세무서나 지방국세청 국제조세파트에서 정기적으로 조사에 나서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기조사나 비정기조사에 나가면 해당 기간 신고된 모든 세목에 대해 통합조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이전가격 등 국제조세만 따로 조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국적기업에 대한 정보비대칭으로 각국 세무당국은 이전가격조작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주요 선진국들은 아예 사전에 움직이기로 했다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방지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BEPS 방지 프로젝트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조치로 주요 20개국(G20) 등이 도입에 동의했고 2020년까지 완료된다.

 

이전가격 전문 소식지인 TP위크가 최근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의 약 60% 이상이 BEPS 관련 법안에 대응하기 위해 이전가격구조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BEPS 방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국적기업은 국제거래통합보고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면서 이 보고서 안에는 다국적기업들의 거래정보들이 들어있어 사전에 이전가격 등 과세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와 같았던 이전가격 역외탈세도 각국의 노력으로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방패가 견고해지면 창은 더 날카롭게 진화하듯 또 다른 형태의 역외탈세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 전에 관계당국은 항상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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