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친환경차 초반성적 '극과 극'

 

그래픽=시사비즈

현대·기아차 신차 라인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연말 출시한 고급 대형세단 제네시스 EQ900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반면, 연초 출시된 친환경차 아이오닉은 판매량이 기대치를 밑돈다. 현대·기아차 향후 10년을 책임질 차종으로 꼽히는 고급차와 친환경차 부문 성적 희비가 엇갈리자, 사측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목표 판매량 같은데 성적은 천양지차

 

현대차는 지난 12월 제네시스 EQ900를 출시하며 글로벌 판매 목표를 15000대로 잡았다. 정의선 부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치고 다소 보수적인 판매목표였다.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 인지도가 떨어지고, 국내 대형차 수요층도 두텁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EQ900은 시장 예상을 뒤엎고 반전을 이뤄냈다. 계약물량만 15000대를 넘기며 기존 판매목표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현대차는 EQ900 올해 판매 목표를 내수 15000, 수출 5000대 등 총 2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EQ900은 지난달 열린 2016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도 외신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취재 당시 디트로이트 자동차 매매중개상으로 일한다는 호세 곤잘레스(Jose Gonzalez)씨는 제네시스 디자인을 처음 접했는데 재질이나 색상이 매우 고급스럽다현대차가 고급차 시장에서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제네시스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Q900 선전에도 현대차가 마냥 웃을 처지는 못 된다. 지난 달 출시한 친환경차 아이오닉 성적이 신통치 않다. 아이오닉은 현대차가 친환경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판매목표는 국내 15000, 해외 15000대 등 총 3만대다.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 총 판매량이 28923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공격적인 목표다.

 

자신감은 제원에서 나온다. 20.2~22.4 km/에 이른 고연비와 2000만원대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었다. 그럼에도 출시 첫 달 판매량이 493대에 그쳤다. 쏟아진 업계 관심과 신차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아이오닉 평가 시기상조, 3총사 모두 출시돼야

 

업계에 따르면 EQ900은 현재 12000대 이상 주문이 밀려 있다. 계약 후 차를 인도받기까지 4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강남구 소재 현대차 대리점 차장은 지난해 아반떼와 쏘나타가 뜨거웠다면 올해는 EQ900이 화두다. 그랜저를 알아보러 온 손님마저 EQ900을 계약하고 갈 정도라고 밝혔다.

 

플래그십 세단은 돈이 된다. , 자동차 한 대를 팔아 남기는 돈이 경차 수십 배에 이른다. 최근에는 생산효율이 늘며 영업이익률이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플래그십 세단 위용이 자동차 브랜드의 인상을 좌우하게 된다. 현대차에게 EQ900 선전이 달콤한 이유다.

 

없어서 못 파는 EQ900과 비교하면 아이오닉의 현실은 초라하다. 서울과 경기 시내 대리점 수곳을 돌았지만, 판매사원 모두 아이오닉 알아보러 오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고개를 저었다. 현대차는 자구책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아이오닉 1500대를 임직원들에게 30% 할인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무이자 1000만원 구매지원금도 제공한다.

 

제 살 깎기 식 대응으로 아이오닉 판매량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바닥을 친 국제유가에 디젤 승용차 인기가 치솟고 있고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은 차갑게 식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아이오닉을 실패작이라 낙인찍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한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 외에도 연내에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출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와는 다른 시장에 속하는 차종으로, 하이브리드 부진을 만회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 다운사이징과 자동차 첨단화가 이뤄지며 대형차 수요가 크게 늘었다. 현대차로서도 경차보다 이익을 많이 남기는 EQ900 인기가 반가울 것이라며 대형세단에 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장점은 낯설다. 유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친환경차 구매 욕구도 흐려졌다. 다만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친환경차 라인업의 시작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향후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된 뒤의 성적을 보고 나서 성공여부를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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