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체 불분명 토지확보 안한 채 모집…제도 미비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 몫
#사례1. A씨는 2013년 11월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면 시세보다 20%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 한 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광고에 솔깃해 계약금 3700만 원을 내고 부산 OO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에 가입했다. 그러나 2년이 넘은 현재까지 사업추진은 전혀 안되고 있다. 주택을 공급 받으려던 사업지는 자신이 가입한 조합이 아닌 또다른 조합이 먼저 설립인가를 받아논 구역이기 때문이다. 구청에서는 기존 조합이 해산하기 전까지는 A씨가 가입된 조합 인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계약금 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사례2. B씨는 OO토건의 브랜드 홍보만 믿고 자신이 OO토건이 시공하는 일반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 시일이 지난 후 자신이 계약한 것은 일반분양이 아닌 주택조합 가입인 것을 알게됐다. B씨는 피해를 우려해 탈퇴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지역주택조합 시장의 덩치가 커지면서 집없는 서민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제도 미비로 갖가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이란 다수의 사람들이 주택마련을 위해 조합을 결성하고,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아파트를 건설한 후 공급받는 제도다. 다시 말해 사업시행 주체가 곧 주택 수령인이 되는 형식이다. 이런 경우 수요자 선호에 맞게 간소한 절차로 공급받을 수 있어 주택구입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청약통장이 필요없다는 제도적 장점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지역주택조합 시장규모는 커져왔다.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총 15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같은기간 동안 사업계획승인을 얻은 경우는 88개 뿐이고, 준공 후 입주까지 완료한 곳은 34개 조합 뿐이다. 즉 전체 조합 가운데 26% 만이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했다. 70% 이상은 여전히 무주택자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조합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조합사업 추진과정에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토지확보,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 모집과 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사업추진 과정에서 토지확보에 실패하면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추진위원회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아 계약금을 떼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2013년에는 서울 동작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장이 조합원이 낸 분담금 1500억 원 중 180억여 원을 빼돌리고 잠적해 구속기소된 사례도 있다.
현수막이나 홍보책자 등에 주택조합이라는 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주택구입 희망자들은 시세대비 20% 저렴하다는 말에 솔깃해 계약하지만 입주예정일이 특정시기로 정해져있지도 않다. 통상 계약 후 2~3년 이내에 입주가 가능한 일반분양과는 천지차이다. 사업 지연으로 추가분담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시공계약 회사가 있을 뿐이지, 시공사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통 조합 측에서는 대형 건설사가 시공할 것이라는 과대광고를 하는데, 이를 믿고 계약했다간 자신이 원하는 시공사가 아닌 다른 건설사의 주택에 입주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여러 법과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조합 등의 경우는 주거환경 정비라는 공적기능을 이유로 세밀한 절차와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관리 감독했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선 개인의 내집마련이라는 사적영역을 이유로 피해예방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등한시해왔다.
이 때문에 지역주택조합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국토부도 뒤늦게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 위해 나섰다.
국토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지역주택조합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하반기부터는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의 권고사항을 토대로 주택조합 전반에 대해 검토할 계획을 갖고 있다”라며 “상반기에 연구용역을 마치고 하반기에는 제도개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