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유동성 위험 대비해야

홍콩 H지수 / 사진=시사비즈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함에 따라 일각에서 증권사 위기론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의 헤지(위험 회피) 여건 악화로 13187억원의 파생상품 운용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4일 지난해 연결기준 1662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한화증권 측은 이에 대해 중국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그에 따른 상품운용 손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급락으로 ELS 운용 손실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 폭락으로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ELS, DLS 등 파생결합증권 가입 고객의 불만이 높아지며 증권사들의 사업 기반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증시 하락, 고객들의 중도 해지 등 극단적 상황을 적용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증권사들의 건전성 우려는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생결합증권의 만기가 대부분 2018년 도래함에 따라 증권사들이 ELS에 편입된 자산을 시장에 쏟아낼 경우 금융시장의 혼란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ELS 발행 자산은 494000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총 자기자본의 116.2%에 달했다. 총자산의 13.6% 규모다.


그러나 ELS 발행 잔액 비율이 자기자본대비 200% 이상인 대신증권, KB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들은 ELS를 발행한 자금 중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파생상품으로 운용해 투자자에게 약정한 수익률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제시한 높은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유동성∙저신용 등급의 채권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등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ELS는 증권사들의 신용을 담보로 한 무보증 회사채 성격을 지니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현금 흐름이 막히고 고객의 중도 해지 사태가 겹친다면 이론적으론 지급 불능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ELS 최종 만기가 2018년 이후 집중돼 증권사 유동성 위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별 증권사별 대응능력 등을 감안해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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