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견 제시에 걸림돌 많아
증권사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매수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증권사의 기업 분석 관행 개선을 위해 투자의견 비율 공시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매도 의견은 찾아볼 수 없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국내 증권사 32곳 가운데 20곳이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 비중이 0%로 집계됐다.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과 같은 대형사들의 매도 의견도 0%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 1.3%, NH투자증권 1.1%, 대신증권 1.1%, 현대증권 0.3% 등 매도 의견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의 매도 의견 비율이 7.4%로 가장 높았다. 하나금융투자 3.0%, 한국투자증권 2.2% 등도 소폭 늘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 비율은 높은 수준을 보였다. 메릴린치 30.1%, 모건스탠리 19.0%, 골드만삭스 15.5%, 맥쿼리 14.3% 등으로 나타났다.
금투협은 지난해 5월29일 증권사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도입했지만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없는 환경이 고착화돼 있어 관행을 타파하기 어렵다는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기관, 기업 고객과의 관계, 매수 위주의 투자 방식 등을 감안했을 때 매도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것을 보인다.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기업 탐방에 제약이 뒤따르고, 기관투자가의 보유 종목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올 경우 거래 증권사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투자의견 공시는 증권사들의 평판과 고객 신뢰에 대한 객관적 지표인 만큼 자율적인 개선 노력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그보다 우선적으로 자본시장 환경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