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확대 맞춰 정비 관련 투자 늘려야
저비용항공사 안전에 금이 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가 잇따라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마케팅 비용뿐 아니라 항공기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2일 오후 4시30분 오사카에서 김포공항으로 운항할 예정이던 7C1383편 출발 준비 중 조종석 왼쪽 창문에 미세한 금을 발견하고 해당 항공기의 출항을 늦췄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12월 기내압력조절 장치 문제로 사고가 난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에어부산도 비슷한 결함이 생겼다. 11일 오전 2시 5분경 중국 마카오에서 출발해 오전 6시 15분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BX382편에서 결빙 방지 장치인 안티아이싱(anti-icing)이 고장났고 기체 앞면 차창에 크랙(crack·갈라짐 현상)이 발견됐다.
3일에는 필리핀 세부 막단공항을 이륙해 김해공항으로 비행하던 진에어 LJ038편이 출입문 굉음과 승객들의 두통 등 신체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했다. 출입문이 완전하게 닫히지 않아 틈이 생긴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잇달아 노출되고 있어 저비용항공사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마케팅 등 비용은 늘어나고 있지만 안전 투자 비용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상장을 준비하며 마케팅 비용을 늘렸다. 지난해 4월 제주항공은 대표 모델로 한류 스타인 배우 김수현을 내세웠다. 이후 국적 저비용사항공 최초로 TV 광고 등을 내보내며 마케팅에 주력했다. 업계에 따르면 김수현의 광고 모델료는 국내에선 10억원대 중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항공사는 외형 확장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꾸준히 늘려왔다. 저비용항공사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사용한 광고·선전비는 총 140여억원으로 2013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2014년 57% 증가한 약 70억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집행했다. 에어부산은 역시 2014년에 약 10억 늘어난 33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사용했다.
대조적으로 이들이 안전에 지출한 돈은 크지 않다. 강동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CC들이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약 57억원에 불과했다.
제주항공은 정비·보급 관리시스템(SAP ERP) 구축에 20억원(소프트웨어 15억원, 하드웨어 5억원)을 투자했다. 진에어는 31억1128만원을 투자했다. 티웨이항공은 안전보안보고(SSR) 시스템 강화에 2억원 등 총 4억1800만원 투자에 그쳤고 에어부산은 1억700만원, 이스타항공 7425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저비용항공사들이 항공기 기령을 낮추고 정비 인력과 주기를 더욱 높이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보유한 비행기 21대의 평균 연수는 11.1년에 달한다. 에어부산 항공기 평균 기령은 14.5년, 이스타항공은 13.7년이다. 그나마 진에어는 최근 신규 제작 항공기를 들여오면서 평균 기령이 10.0년으로 타 항공사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진에어의 나머지 비행기는 2000년 안팎에 만들어진 낡은 것들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오래된 비행기라 해서 안전에 모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래 된 항공기일수록 정비 투자 등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며 “지금까지 저비용항공사들은 안전에 대한 투자보다 외형 확대에 노력했다. 최근에야 제주항공이 안전 부문에 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안전에 대한 역량을 높이는 중”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