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다각적 노력 중"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 경영권 분쟁 등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기업경영을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법정에서 잇달아 실형을 선고 받고 경영권 분쟁으로 잡음을 일으키면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CJ그룹은 총수인 이재현 회장이 지난 2010년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타이거갤럭시(Tiger Galaxy)’라는 페이퍼컴퍼니 회사를 설립하고 CJ그룹의 해외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수령한 배당금(1000만달러)을 한국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등 총 2078억원 상당의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속 됐다.

이후 이재현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거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까지 얻어냈지만 법원은 결국 지난 15일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CJ그룹은 파기환송심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었지만 결국 총수의 부재가 확정되자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CJ그룹 관계자는 선고 직후 “재상고 준비 외에 모든 것이 올스톱 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CJ그룹은 올 상반기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총수의 부재 속에 M&A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당시 APL로지스틱스는 1조원 넘는 가격으로 총수의 결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동국제강은 오너인 장세주 회장이 1심에서 3년 6개월 받고 최근 실적부진까지 겪으면서 창사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동국제강은 장 회장이 지난 5월 횡성‧배임‧배임수재‧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속 된 이후 경영공백이 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자 장세욱 부회장 체제로 급한 불을 끈 상태지만 브라질CSP 제철소 가동이 연기되는 등 이미 주요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지난 3분기 연결 매출액 1조4871억원, 영업이익 777억원을 냈지만 당기순손실에서 249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최종 의사결정자인 오너를 중심으로 경영상 위기를 타계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너리스크를 말끔하게 씻은 SK그룹은 대규모 투자계획과 M&A를 잇따라 성사시키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출소 직후 46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CJ헬로비전, OCI 머터리얼즈 등 굵직한 M&A를 진행했다.

또 에너지‧화학, 반도체, 정보통신(IT), 바이오 등 4개 사업부문을 큰 축으로 당면한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사업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SK는 이같은 계획의 중심에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5조원대의 흑자로 돌아선 SK하이닉스를 염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벌기업의 오너리스크에 대해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원인이며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암적존재라는 비판을 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시하락세가 실적악화에 따른 것도 있지만 고질적인 한국 재벌기업의 지배구조가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인식이 해외에선 좀 더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는 비판에 대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다각적으로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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