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련, 아시아 특구 9곳 중 6위…“선택과 집중 필요”
국내 경제특구의 여건이 경쟁도시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자 유치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일 내놓은 ‘한국 경제특구의 성과분석 및 투자 활성화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표 경제특구인 경제자유구역의 기업환경 수준은 아시아 주요 경제특구 9개 중 6위에 머물었다.
경제특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적·제도적으로 국내의 다른 지역과 구분해 생산, 무역, 조세상의 특별한 대우가 주어지는 지역을 총칭한다. 경제자유구역(2003년), 자유무역지역(2000년), 외국인투자지역(1998년), 기업도시(2004년)가 한국의 대표적 경제특구다.
한경연이 경제특구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과 사업시행자 274사(128개사 응답)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기업환경은 경쟁국 경제특구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경영 환경수준이 가장 뛰어난 나라는 싱가포르다. 이어 홍콩, 상하이 푸동, 중국 심천, 대만 카오슝 등의 순이었다. 특히 한국은 정부규제, 행정서비스, 고용조건·노사관계, 조세인센티브 부분에서 9개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기타 항목으로 지리적 위치는 4위, 시장접근성 4위, 산업 인프라 5위로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자유구역 8곳에 투입된 사업비에 비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 기간 해당 경제자유구역에 유입된 FDI 유치액(도착기준, 누계액)은 약 6조874억원(51억5230만 달러)으로 이들 지역에 투입된 사업비 42조1408억원의 14.4%에 불과했다.
투자 규모에 비해 충분한 외국인 투자유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또 경제자유구역이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개발완료율은 17.1%에 머물고 미개발지역이 총 면적의 42%에 이른다.
지난 11년간(2004~2014년) 3개 경제특구(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에 들어온 외국인투자기업은 749개로 한국 전체 외국인투자기업 1만914개의 6.9%에 불과했다. 해당지역의 외국인 투자금액은 203억달러로 한국 전체 외국인 투자금액 957억달러의 21.2%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특구의 외자유치가 부진한 원인으로 ▲지역안배 차원에서 과잉·중복 지정 ▲경제특구 간 차별화 미흡 ▲주변 경쟁국 대비 생산요소, 투자인센티브 취약 ▲과도한 행정규제 및 행정서비스 제공 미흡 ▲공공기관 중심의 비효율적인 사업추진 및 관리운영체계 등을 지적했다.
양금승 한경연 산업연구실장은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기업도시 등 4개 경제특구의 지정면적은 493.4㎢로 여의도 면적 2.9㎢의 170배에 달하는데, 비슷한 구역이 중복돼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선택과 집중’에 따라 FDI 유치성과가 우수하고 입지여건이 좋은 경쟁력 있는 특구 중심으로 유사 경제특구의 통합·연계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경제특구를 국내 규제 적용이 배제되는 ‘규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경제특구를 총괄하는 ‘경제특구투자청’을 신설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