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 "승진 불가피 하지만 조직문화 해칠까 우려스럽다"

 


20대 신입사원들까지 구조조정 칼바람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혀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재벌 3‧4세들은 연말 인사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인력 구조조정은 올해 실적이 좋지 못한 유통‧조선‧철강‧해운‧금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올 연말까지 일선에서 근무하는 편의점사업부(GS25)와 슈퍼마켓사업부(GS슈퍼마켓)의 일부 과‧차장급 직원들에게 6~8개월치 급여를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걸고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8월부터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통해 본사 임원을 55명에서 42명으로 줄였다. 부장급 이상 고위 직급자도 300명 가량을 감축했다.STX조선해양도 최근 추가로 9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하고 구조조정 대상자를 20대까지 넓혀 모든 직원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미 지난 9월 인사에서 임원 10여명이 감축한데 이어 최근 10명을 더 줄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그룹 임원 262명이 81명을 감축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계열사 파산이라는 쓴 맛을 본 포스코도 유래 없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미 임원 43명이 2분기(4~6월) 실적악화를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포스코엠텍, 포항스틸러스, 포스코P&S, 포스코AST 등 계열사 대표 25명도 자리에서 내려왔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국내 계열사 47곳 중 절반을 줄일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2018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기로 한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전체 임직원의 18%인 961명을 구조조정한다. KB국민은행도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불황과 실적악화가 겹쳐 많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지만 재벌3‧4세들은 연말 인사에서 대거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이자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이번 연말 인사에서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사장은 지난 1996년 조선호텔에 상무로 입사하고 2009년 부사장에 승진, 6년 만에 정용진 부회장과 남매 경영을 하게 됐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33) 상무는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36) 상무 역시 이번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 겸 전략적 성장부문장은 지난 2005년 파리크라상에 28세의 나이로 상무로 입사한 후 고속승진을 거듭하면서 이번 연말인사에서는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재벌3‧4세들의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자 일각에선 이런 엇박자 인사가 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승계를 위해 오너 자녀들의 승진 인사가 불가피하다”면서 “하지만 최근 구조조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어 조심스럽고 조직문화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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