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자동차 패러다임 대변혁기...기업 간 승부수 예측불가”
자동차업계에 난데없이 애플-GM합병설을 얘기하는 인사들이 많아져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계 로펌에서 근무한 한 산업관련 변호사는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세계 메이저 IT업체들이 미래 스마트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과 GM이 만약 합병한다면 자동차 업계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라는 얘기가 최근들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애플의 자동차 진출에 대해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부쩍 늘었다. 이는 스마트폰에서 보여준 애플의 파괴력이 자동차산업의 지형도 송두리채 바꿀 수 있다는 두려움을 반증하는 표현이다. 또 자동차업계의 미래상을 상징하는 것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21세기 IT기업 애플(Apple)은 하나의 문화이자 신화가 됐다. 컴퓨터를 넘어 휴대전화(아이폰), 음악스트리밍 서비스(아이튠즈), 방송 산업(애플TV)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파급력은 막대하다.
화두는 애플의 차세대 먹거리다. 주력 상품인 아이폰이 삼성전자 갤럭시 등과 치열한 점유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애플이 다른 산업에 과감한 배팅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그 돌파구로 ‘애플카’ 혹은 ‘아이카’를 지목한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을 넘어 거대한 IT기기로 변모한 게 이유다. 소프트웨어 기술 수위를 차지하는 애플에게는 기회다. 문제는 자동차 생산설비다. 애플이 돈주머니를 풀고 자사만의 공장을 새로 지을지, 혹은 기존 브랜드를 흡수 합병해 새로운 전진기지를 만들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워가며 애플 자동차의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가설은 ‘애플의 GM 흡수론’이다. 기상천외한 각본이지만, 이뤄질시 파급력은 가장 막강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농담 같은 시나리오에 쉽게 웃지 못하는 이유다.
◇ 美 산업의 상징 '애플'과 'GM'
애플과 GM(General Motors)는 미국 산업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각자 분야에서 글로벌 순위 수위를 놓고 다툰다. 기술력과 생산력은 세계 으뜸이다.
특히 애플의 자본력은 웬만한 선진국 1년 예산과 맞먹는다. 올해 애플의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약 824조원)를 돌파했다. 2015년 한국 총 예산은 376조원이다. 애플 몸값이 한국 예산의 2배를 상회한다.
애플이 업계 절대강자라면 GM은 3인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폴크스바겐과 도요타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캐딜라과 쉐보레, 샤브, GMC 등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라인업은 견고하다. 시가총액은 550억 달러(약 65조375억원)다.
미국 투자은행 FBR캐피털마켓은 10일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통해 애플의 현금보유액을 2000억 달러(약 236조5000억원)라고 분석했다. GM 경영진과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선행돼야겠지만, 애플이 마음만 먹는다면 GM을 살 자금력은 충분하다.
애플과 GM의 합병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 진앙이 될 수 있다. IT와 자동차를 움켜쥔 세계 경제 ‘거대한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 애플의 ‘이름값’ + GM의 ‘생산력’
애플은 세계 브랜드 파워 1위에 올라있다.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 경쟁사는 없다. 주력상품인 아이폰은 팬덤까지 키워냈다. ‘믿고 쓴다는’ 소비층의 신뢰감에 내놓는 상품마다 히트다.
GM 상황은 애플과는 다르다. 완성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며, 사운을 걸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GM이 계획한 미국 내 신규투자 규모만 71억 달러(약 8조4200억원)에 이른다.
GM의 투자액 대부분은 생산설비에 집중됐다. 생산 확대가 투자 주목적이다. 미국 정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 증권업계에서 내년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자 자국 생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업계는 ‘시리(Siri)’를 비롯한 애플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GM 하드웨어 기술력과 융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지만, 테슬라의 공장설비 규모로는 대량생산이 어렵다.
애플이 자동차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면, ‘고위험 고이익(High risk-High return)’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GM 대주주는 미국 연방정부다. 미 정부 입장에서도 ‘애플GM’이라는 거대한 브랜드의 탄생은 신규고용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는 “애플과 GM의 합병론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에는 농담이나 가설 수준에 불과했다”며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가 전장사업부를 신설하며 전기차시장 진출을 선언할지 누가 알았나. 애플 역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 한국GM, 애플카 전진기지화(化)
‘애플GM’ 탄생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완성차시장에서 70%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전기차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전기차시장을 눈여겨 보는 이유를, ‘갤럭시 감산론’으로 연결 짓는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장기적으로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가 애플 ‘아이폰’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 휴대전화 생산량을 점차 줄이고 그 자리를 자동차로 메우려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부 신설이 완성차가 아닌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부품생산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 선을 긋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애플의 GM 인수합병 시나리오는 배제한 채, 자체 연구소 인력을 통한 친환경차 기술력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무엇보다 애플GM의 탄생은 곧 한국GM의 애플화를 의미한다. 애플이 자체 브랜드를 통해 ‘애플카’를 한국에 수입해 올 경우와, 한국GM이 이미 구축해 놓은 판매망을 활용할 때의 시장파급력은 천양지차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GM의 결합이 아니더라도, 국내 자동차업계와 정부가 미래 자동차시장의 ‘새로운 라이벌’ 진입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시장 진입은 물론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며 “GM과 같은 자동차 기업이 내연기관에서 탈출하기 꺼려할 수 있다. 다만 시대가 요구하고 흐름이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세계 자동차 역사의 패러다임 전환이 될만한 사건은 언제든 도래할 수 있다. 국내 정부와 기업이 명심해야할 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