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1998년 IMF외환위기와 2008년 리만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어쨌든지 유동성이나 긴축 등 금융정책으로 풀어도 될 문제였다. 그러나 작금의 위기는 과거와 다른 점은 금융외적이고 그래서 훨씬 장기적이고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위기의 진원지는 중국이며 또 제조업이다. 중국이 부상하기 전, 그러니까 불과 5년전만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우리나라보다 더 제품을 잘 만드는 나라가 있을까’라는 자만심이 들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잃어버린 20년의 일본도 상대가 되지 않을 기세였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과 미국시장의 주요 매장에선 우리나라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제품이 홍수를 이뤘고 한국 제조업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전세계 곳곳에서 매일 같이 들려왔다.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의 반격이 본격화됐다. 우리나라 물건을 사주던 중국기업들이 더 싼 자국산 제품을 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중국의 이러한 전략, 즉 시장먼저 내주고 기술을 흡수한뒤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전략에 우리나라의 핵심 주력기업들은 손쓸 새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당한 기업들이 석유화학산업, 폴리실리콘 산업, 중공업, 조선, 철강, 가전, 스마트폰 등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들이다. 아니 韓國經濟 자체가 '중국발 제조업 위기'에 모두 노출돼있다고 표현하는게 더 정확할 듯하다. 중국시장의 호황에 들떠 시설 확장정책에 나섰다가 호되게 당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들어서는 가전, 스마트폰, 자동차 등 그야말로 대표업종까지 중국업체에게 밀리고 있다는 데이터가 매월 발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얼마전까지 중국시장 1위였던 삼성 휴대폰 점유율은 이제 샤오미에게 밀려 5위권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임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게 더 큰 문제다. 중국이 흉내내기 힘든 혁신제품으로 대응해야하나 창조력에 대해서 말하자만 우리나라는 과장을 덧붙여서 얘기하면 그야말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선진 제품을 분해해서 흉내내는 오랜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익숙한 국내기업들은 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국내 IT기업들은 지금도 애플이나, 구글, 테슬라 등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흉내내기 바쁜게 현실이다. 심지어 요즘들어서는 우리의 특기였던 '흉내내기 신공'조차 샤오미,화웨이, 하이얼 등을 주축으로한 중국업체에게 밀리고 있다.
이런 창조력의 고갈을 조장하는 풍조가 아직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은 생각하면 암당하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주입식 암기에 매달리고 있고 제대로된 저서나 논문도 없는 교수들이 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심지어 시험문제조차 매년 똑같은 교수도 드물지 않은 상황이며 명함에 타이틀이 수십개나되는 교수도 보인다.
기업체에서는 실패나 색다른 아이디어를 용납하지 못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국내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나오고 있고 이가운데 조단위의 부를 이룬 벤처갑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나온 비즈니스모델을 한국화한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바뀌어야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2등 민족에 머물고 나아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존재감마저 찾기힘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중국이 흉내낼 수 없는, 상생이 가능한 아이템을 찾자. 아이디어와 창조력을 장려하고 과학자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
TV만 켜면 10대~20대 아이돌들이 우리나라만큼 판을 치는 나라는 아마 전세계적으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