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인프라·기술 갖춰, 하드웨어 약점이란 평가도

 

KT는 삼성전자 가전제품 6종을 자사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와 연동한다는 사업 협력 내용을 17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KT보다 이틀 먼저 동부대우전자 제품을 사물인터넷 플랫폼에 연동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는 이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자사 사물인터넷 서비스 제품을 30개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지난 7월 출시한 LG유플러스 홈IoT고객은 3만 5000가구 이상이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앞서가려는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국가차원, 업계 차원의 신성장 사업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과 KT는 2016년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통신사는 사물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인 통신 인프라와 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글로벌 가전 기업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개방성 경쟁, 협력사 끌어들이기에 총력

이동통신 3사는 하나 같이 ‘개방형’이라고 강조하며 치열한 우군끌어들이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어떤 가전이든 기준이 맞으면 자사 사물인터넷과 연동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 관계자는 “우리 사물인터넷 서비스의 강점은 오픈 플랫폼이라는 것”이라면서 “어느 가전 회사든 원하면 우리 회사와 협력해 자사 제품을 연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회사만 이런 의견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더 많은 기기가 연동되지 않으면 서비스 가입자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특정 가전만 연동되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 결국 각종 기기 제조업체를 끌어들이려는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KT는 지난 7월 IPTV와 개인용 컴퓨터(PC)를 결합한 ‘올레tv올인원’ 제품을 내놨다. 이 TV제품의 제조사는 LG전자였다. 이날 KT관계자는 이 제품을 향후 사물인터넷과 연결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LG유플러스는 KT행사 전 자사도 같은 기기·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때문에 당시 LG전자는 당황했고 KT관계자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LG전자와 해당 기기에 대한 논이를 먼저 시작한 회사는 KT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3사는 글로벌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건설사, 중소기업과 협력해 연동 기기,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대전 유성구에 IoT인증센터를 열고 중소기업이 통신 프로토콜과 성능시험을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T는 기가IoT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중소기업의 사물인터넷 서비스 개발을 돕고 있다.

◇ 통신기술 강점이나 경쟁력 의문이라는 의견도

사물인터넷은 5세대 통신(5G) 인프라와 기술력이 결정할 전망이다. 수많은 기기가 수집하고 전송하는 빅데이터를 송수신해 처리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통 3사는 에릭슨, 노키아 같은 통신 장비 업체와 관련 기술을 개발해 성과도 내고 있다. 

이통사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사나 구글 등 포털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0억원에 인수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 사를 통해 200여개 제조사 제품을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에 연결하고 있다. 지난달 방한한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경쟁사인 애플기기도 연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소형가전을 사물인터넷에 연동하는 추세에 맞춰 고급 공기청정기, 가습기 브랜드 ‘퓨리케어’를 내놨다. 이 자리에서 조성진 사장은 “키친, 리빙, 세탁과 연결하는 게이트웨이를 포괄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면서 “통신사 게이트웨이를 쓰다 보니 불합리한 점이 있어 자체 게이트웨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자사 가전을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연결할 경우 양대 가전사가 생태계를 장악하기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게다가 사물인터넷 연동기기에 각종 첨단 부품도 필요하다.

한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사물인터넷이 되려면 가전에 통신칩이나 비메모리 반도체, 센서 등 다양한 칩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부품 기술이 없는 이동통신사가 어떻게 제조사를 이기고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장악할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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