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우려 상당부분 반영돼

지난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국내 채권시장에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연준이 올해 금리인상을 지연시키면서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여파가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16일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은 15bp오른 1.748%를 기록했고 국고채 10년물은 8bp 상승한 2.218%를 나타냈다. 국고채 30년물은 7bp 하락한 2.311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인상 결정을 앞두고 단기채권은 오르고 장기채권은 하락했다.  

 

금리는 채권 가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채권은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은 약속된 현금흐름을 만기시까지 지급받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예정된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감소한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기준금리와 채권금리 사이의 상관관계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에도 한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중국인민은행, 일본은행(BOJ)가 추가 통화 완화에 나설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내년 2분기부터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유럽이나 중국, 일본 등에서는 금리 인하를 천명하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불황 때문이다.

미국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완만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가 회복돼 활성화된 상태를 지나 과열 조짐을 보일 때 단행된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은 미국이 경기 정점에서 하강하는 국면에서 단행되고 있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미국이 1990년대 이후 금리를 세번 올렸는데 모두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강하게 뚫고 올라갈 때 단행됐다"며 "그러나 현재 미국은 경기선행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와 있어 과거 미국 금리인상 사례에 비춰보면 오히려 금리를 내릴 시기"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0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10월 경기선행지수는 99.1을 기록했다. 9월 경기선행지수는 99.2, 8월과 7월에는 각각 99.4, 99.6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하락세다. 선행지수만으로는 이미 경기 회복을 지나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경제가 정점에서 하락하는 중이라는 또 다른 근거는 실업률이다. 실업률은 경기지표 중에서 가장 늦게 반응하는 지표다. 미국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째 떨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1월 5.7%에서 지난 10월 5%까지 떨어졌다. 앞으로도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정상적인 경기 회복과 경제성장을 넘어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실업률은 이전에도 자연실업률 밑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으나 자연실업률과 차이가 클수록 경제에는 버블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미국 금리변동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변동보다는 경제성장 둔화나 기업 구조조정 등 실물 경기에 영향이 더 크다는 예상이다. 특히 한국은는 이미 경기가 하락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3%에서 3.1%로 낮췄다. 이마저도 민간경제연구기관들은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잠재성장률을 기존 3% 중반대에서 3.0~3.2%로 하향 조정했다. 16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임시회의에서는 물가안정목표치도 기존 2.5~3.5% 수준에서 2%로 낮췄다. 디플레이셔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저성장·저물가를 인정한 셈이다.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미 한겨울이다. 금융위기 이후 어느때보다도 기업들의 디폴트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 재계 상위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위기업들이 향후 1~2년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년간 기준금리가 100bp내려갔으나 아직도 이자보상배율을 맞추기 어려운 기업들이 다수라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한국은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금리는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고 볼 때 이외의 변수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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