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시장 현대차와 독일 3사에 고전...신차출시 계획 無

 

‘원조 회장님차’ 쌍용자동차 체어맨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월간 평균판매량이 100대 수준이다. 과거 현대차 에쿠스와 국내 플래그십 왕좌 자리를 놓고 다투던 위용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쌍용차가 주춤하는 사이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시했다. 대형 세단시장에서 독일 수입차 브랜드 공세가 거세다.

일각에서는 쌍용차가 사실상 대형 세단라인을 포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가 체어맨을 접고 티볼리를 필두로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확대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 풀 죽은 체어맨...한 달 100대도 버겁다

자료=시사비즈

 

올 한해 쌍용차의 주인공은 소형SUV ‘티볼리’였다. 월간 판매량이 최대 5000대를 넘나들며 쌍용차 약진을 이끌었다. 이에 증권업계는 올 4분기 쌍용차가 8분기만에 BEP(손익분기점) 넘어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티볼리가 없었다면 쌍용차 한해 장사는 잿빛이었다. 무엇보다 올해 쌍용차의 맏형 체어맨W 판매가 급락했다. 체어맨W는 올해 1월과 5월, 7월, 8월 월간판매량이 두 자리대로 떨어졌다. 값이 비싼 대형 세단 특징 상 판매량 확대가 쉽지 않지만, 세 자릿수 판매량이 무너지는 경우는 드물다.

11월까지 체어맨W 누적판매량은 총 1145대다. 월 평균 판매량은 약 104대 수준에 그친다. 2000년대 후반 연간 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상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 에쿠스에 밀리고 수입차에 치이고

지난달 현대차가 출범시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대형 세단 ‘EQ900’를 출시했다. 앞글자 EQ는 현대차 에쿠스(EQUUS)에서 유래됐다. 사실상 에쿠스의 신형 버전임 셈이다.

예고된 EQ900 출시로 기존 ‘2015 에쿠스’ 판매량은 감소했다. 올 해 에쿠스 월평균 판매량은 200~300대 수준이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약 37% 줄었다.

신차가 출시됐음에도 에쿠스 판매량은 쌍용차 체어맨W 보다 2배 더 많다. 업계에서는 에쿠스라는 이름이 지니는 명성과 체어맨 제원의 열세가 원인이라 말한다.

체어맨W 평균 연비는 7.5㎞/ℓ로 ‘2015 에쿠스’의 8.9㎞/ℓ에 못 미친다. 배기량 3598cc 기준 최대출력은 250마력(hp), 최대토크는 35.0㎏.m로 3778cc급 에쿠스(334hp, 40.3.m)보다 성능값이 밀린다.

설상가상 5000만~8000만원대에 이르는 가격대에는 독일 수입차 모델이 다수 포진해있다. 체어맨보다 체급은 아래지만 수요층이 두터운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이 경쟁상대다.

◇ 쌍용차 “당분간 체어맨W 후속작 없다”

쌍용차는 꺼져가는 체어맨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할인혜택을 꺼내들었다. 쌍용차는 지난달 체어맨 최상급 모델(V8 5000)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10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을 지급했다.

여기에 체어맨 W CW 600과 CW 700 모델을 일시불 내지 6.9% 정상할부로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4-Tronic(사륜구동) 시스템(269만원 상당)을 무상 지원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내놓은 연말 할인혜택 중 가장 파격적이었다.

효과는 전무했다. 11월 체어맨W 판매량은 지난달 대비 오히려 8대 줄었다. 업계는 경제력이 높은 플래그십 세단 수요층의 특성상, 할인혜택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독일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고가 세단 구매자는 대개 경제력이 충분해 할인혜택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연말 자동차 업체가 할인경쟁을 벌이는 상황도 쌍용차 할인 효과를 줄였을 것“이라 밝혔다.

업계에서는 티볼리를 필두로 흑자를 내고 있는 쌍용차가 신형 플래그십을 개발하기 쉽지 않으리라 본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모험을 감행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체어맨W 단종설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체어맨 페이스리프트(외관디자인 부분 변경)나 신차 출시 계획은 확언하지 못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체어맨은 역사가 오래된 모델이다. 안 팔린다고 해서 쉽게 단종할 수 없다”며 “당분간 신차 출시나 페이스리프트 등 계획은 없다. 다만 부분적인 상품성 개선이 있을 예정”이라 말했다.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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