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다음달 15일 1심 결심 공판 주목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자 다음달 결심공판을 앞둔 효성그룹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 12부(이원형 판사)는 15일 "대기업 총수로서 자신의 개인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거액의 조세포탈과 회사 자금 횡령, 배임 등을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가해 죄책이 무겁다. (특히) 조세포탈의 경우 장기간 은밀히 진행됐다”고 밝혀 향후 재벌 오너 일가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임을 시사해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CJ그룹은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내심 집행유예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실형이 선고되자 "막막하고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법부가 횡령·조세포탈 등 개인형 기업범죄에 대해 이전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분식회계, 조세포탈, 횡령, 배임, 위법 배당 등 7939억원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1월 불구속 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판결이 주목받게 됐다.
검찰은 조 회장이 20여년에 걸쳐 해외 조세피난처 등에 30여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운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홍콩·일본 등 외국계 금융기관에 차명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1990년대 중국에 공장에 기계설비를 수출하면서 중간 단계로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기계설비에 20~180%까지 마진을 붙여 가격을 조작, 부당한 이득을 남겼다고 추정되고 있다.
검찰은 당시 홍콩 페이퍼컴퍼니가 남긴 이익이 약 1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수천만달러 가량이 조 회장 수중으로 들어갔다고 추정했다.
뿐만 아니라 수년간 법인세를 탈루하는 과정에서 6400억원 짜리 가짜 기계장치를 설정, 여러 중간 계정을 이용해 기계장치를 상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줄였다는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석래 회장에 대해 "효성 대주주 신분을 이용해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했으면서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장남 조현준(47) 사장에 대해선 징역 5년과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당시 최후 변론에서 검찰이 주장한 조 회장의 혐의 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조 회장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세금 회피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조세포탈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것이었다. 또 해외 페이퍼컴퍼니는 효성 계열사이고 조 회장 개인소유라는 검찰 공소사실도 부인했다. 기술료 역시 적법한 수출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재현 회장의 파기환송심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의 기소내용을 봤을 때 1600억원대의 이 회장과 8000억원대의 조 회장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실형을 높게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보면 알 수 있듯 검찰이 높게 구형한 이상 재판부도 쉽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조세포탈죄에 대해 재판부가 이전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 관계자는 "CJ와 우리는 비교대상이 아니다"면서 "아직 결심공판 전이다.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최창영)는 다음달 15일 오후 2시에 조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