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구조조정 없이 ‘SK MS’로 조용한 통합
대규모 인수합병(M&A)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금호, 웅진 등 기업들이 인수합병 이후 어려움에 빠진 것은 조직원 간의 통합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반면 SK는 재계에서 가장 많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이뤄내고도 잡음을 낸 적이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가 계속해서 대규모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기업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데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다들 ‘인수’자체에 주목하지만 사실은 이후 ‘합병’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SK가 대규모 인수를 하고도 부작용 없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유로 SK특유의 조직융합 노하우를 꼽는다.
SK엔 ‘SK MS(Management system)’로 불리는 내부 경영시스템이 있다. 1979년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정립된 것으로 SK에 인수된 기업의 구성원들은 모두 이 교육을 받게 된다. 경영이념과 같이 개념적인 부분부터 각 사업 부문별 사용하는 용어 및 일처리 과정 등 실무적 부분까지 모두 포함된다. 사원부터 각 부문의 CEO까지 모두 SK MS교육을 받는다. 인수합병 과정을 겪은 한 SK계열사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합병 후 교육을 하겠지만 SK MS 교육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피인수 기업 구성원들에게 모멸감을 주지 않는 방식은 SK가 성공적으로 조직융합을 이뤄내는 노하우 중 하나다. SK는 피인수 기업에 무리한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SK지주회사 관계자는 “보통 인수를 하면 인사나 재무 담당부터 내려 보내고 이후에 기업 문화나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는게 기본”이라며 “SK는 문화 및 시스템 적응이 먼저고 무리하게 사람을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합병 후 시끄러운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수합병의 예로 꼽히는 SK와 하이닉스의 융합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SK는 하이닉스 합병 후에도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조직을 이끌어 갔다. 2013년엔 하이닉스 출신인 박성욱 사장을 선임했다. 이후 하이닉스는 지금까지 SK그룹을 먹여 살리는 주요 계열사로 자리 잡게 됐다.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최근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해 “SK그룹은 그동안 M&A를 많이 해왔지만 구성원을 고려해 인력문제를 잘 해결해왔다”며 “(CJ헬로비전을 인수해도)구조조정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엄민우 기자 mw@sisa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