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CP 발행 '무죄'..횡령·배임은 '유죄' 판단
1000억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윤석금(69) 웅진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1심과 마찬가지로 1500억대 횡령·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고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 회장에 대해 "원심의 실형 선고는 너무 무겁다"며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윤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부실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사기성 어음 발행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장직을 이용해 우량계열사가 부실계열사나 실질적 개인회사에 거액을 지원하게 해 회사 주주와 채권자 등에게 손해를 입혀 범행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형 이유에 대해 "윤 회장이 피해 회복을 위해 사재 1800억원을 출연하는 등으로 노력했고 수사 과정에서 개인 비리가 발견된 것이 없는 점 등 투명하게 그룹을 운영해 온 것으로 보여진다"며 "실형 선고보다 기업 경영을 다시 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2012년 7~9월 사이 부실한 회사 재무 상태를 숨긴 채 1198억원 상당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2013년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2009년 3월부터 2012년 5월 사이 우량 계열사 자금으로 부실 계열사인 웅진캐피탈과 웅진플레이도시를 지원하는 등 계열사에 15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앞서 지난 1심 재판부는 "윤 회장이 우량 계열사를 통해 부실 계열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며 횡령·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에 대해선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신용등급 하락 예상만으로 사기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백과사전 외판원에서 출발해 1980년 웅진그룹을 세운 뒤 2011년 그룹을 재계순위 32위 그룹으로 성장시켜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 인물이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던 웅진그룹은 2007년 론스타로부터 6600억원에 인수한 극동건설이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재무 상황이 어려워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웅진 계열사들은 극동건설을 살리기 위해 자금을 지원했지만 이는 동반 부실로 이어졌다. 결국 극동건설과 지주회사인 울진홀딩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더욱이 웅진은 그룹 부실 해소를 위해 주력 계열사인 코웨이마저 매각했다.
윤 회장은 항소심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투명경영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투명경영을 하겠다"며 앞으로도 사회를 위해 경영을 확장하다 문제가 생긴 것을 잊지 않고 경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