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의 서로 다른 인수합병(M&A)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이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적극적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재계 두 거물의 인수 합병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그 방식이나 내용이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두 회장 행보의 가장 큰 차이는 ‘보폭’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필요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들을 하나하나 인수하는 ‘잰 걸음’ 방식이라면, 최태원 회장은 한 번 인수를 할 때마다 ‘빅딜’이라는 용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대규모 인수를 성사시키며 큰 걸음 행보 보여준다. 

리스크, 기회 측면에서 두 전략은 장단점도 서로 대조적이다. 중국 IT업체스타일의 큰 딜을 선호하는 SK는 그만큼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함께 갖고 있다면 스몰딜의 삼성은 실패해도 손실은 적지만 기회 역시 일정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M&A딜을 통해 이 두 경영자의 경영철학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고 각각 삼성과 SK의 미래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이 투병에 들어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인수합병 대상 기업은 주로 IT 기술력을 가진 소규모 기업들이다. 비디오 관련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셀비를 시작으로 사물인터넷(IoT) 개발 업체 스마트싱스, 시스템 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 모바일 프린팅 업체 프린터온을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중소 기술 기업들을 인수해 이를 제품 경쟁력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2900억 원을 들여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에 성공적으로 적용시킨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인수합병 행보 중 백미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기술기업 인수합병은 기술 중소기업 생태계에도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한 IT스타트업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기술을 개발하면 대기업에서 뺏는 경우가 많았는데 삼성이 돈을 주고 기술 기업을 산다는 것 자체가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 체졔의 삼성은 인수합병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삼성의 인수합병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 와서 초석을 놓고 있는 단계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건희 회장 시절 인수합병을 거의 안 하다시피 하던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 와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인수합병은 덩치가 작은 기술 확보 측면이라는 점에서 SK의 방식과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일도 인수합병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재계 핵심 관계자는 “지난 인사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재용 부회장은 굉장히 신중한 스타일”이라며 “기술단위로 기업을 인수해 적재적소에 반영하는 인수합병 방식에서 이런 스타일이 묻어난다”고 분석했다.

최태원 SK회장의 인수합병은 이재용 부회장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조용히 기업을 사들이고 제품에 기술력을 적용하는 이재용 부회장과 달리 한번 인수 발표를 할 때마다 신문 1면을 장식한다.

최태원 회장은 출소 이후 두 건의 큰 거래를 이뤄냈다. 지난 10월 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하며 유료방송 시장의 빅뱅을 일으키더니 불과 1달 후 SK하이닉스가 OCI머티리얼즈지분을 사들여 또 한 번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인수합병 걸음마 단계인 삼성과 딜리 SK는 이 분야에서 만큼은 재계 1위다. SK는 지난 1999년 신세기텔레콤을 인수해 시장점유율 1위를 굳혔다. 2012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해 첫해 2273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지만 이후 주력 계열사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SK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90조 원으로 삼성전자(200조원)의 약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런 SK가 덩치 큰 인수합병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은 ‘빅딜’을 밀어주는 최태원 회장의 스타일 때문이다.

인수합병 전문가들에 따르면 큰 규모의 인수합병은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성공한다. 이런 면에서 SK는 이미 성공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실패 리스크가 큰 석유개발 사업은 실패 책임을 물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데 선대 회장은 이를 독려해줬다”며 “선대 회장의 정신을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이 실패를 해도 독려하는 SK문화를 만들었고 이것이 SK가 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SK계열사 관계자는 “SK는 10년의 한번 큰 인수합병으로 10년을 먹고산다는 철학이 있었다”며 “최근엔 산업구조가 너무 빨리 바뀌고 있어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빅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엄민우 기자 mw@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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