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매각설', 현대중공업 '비상경영위원회' 구성

올해 아산 정주영 출생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아산이 각고의 노력으로 키운 범현대가(家) 조선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 사진=현대상선

 

창업주인 정주영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범현대가(家) 조선 사업이 격랑을 맞고 있다. 선박 건조 사업을 하는 현대중공업과 선박을 이용해 물류 사업을 하는 현대상선이 나란히 위기에 빠졌다. 두 회사는 업황 악화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재무 상태도 나빠져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위기 탈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도전 정신으로 일군 사업인 까닭에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경영권 분쟁으로 각각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소속이 나뉘어져 있지만 해운과 조선이라는 산업 연관성 탓에 동병상련은 더 깊어져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재무구조 개선 총력···지분 팔고 월급 줄여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 자사주 144만3980주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1295억원을 현금화 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지속적으로 지분 매각을 진행해 왔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현대자동차 주식 184만6150주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2999억9937만원으로 매각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앞선 9월에는 포스코 주식 130만8000주를 2262억원에 매각했다. 같은 달 현대중공업 역시 보유한 현대자동차 주식 316만4550주를 정 부회장에게 4999억9890원에 처분했다.

8분기 연속 적자가 현금을 마르게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영업손실 6784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보다 손실이 296.7%나 늘었다. 지난해에만 3조249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선박 수주는 중국 조선사에 밀렸고 해양플랜트는 저유가 기조로 인해 발주량이 줄었다. 이미 수주한 계약 건도 발주처에서 시행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어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분매각과 더불어 긴축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밖에서 새는 돈을 안에서라도 막겠다는 의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최길선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전 계열사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반납한다. 임원들은 급여 50%만 받기로 했다. 흑자를 실현할 때까지 긴축경영체제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재무구조 개선에 고삐를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KCC 지분 3.77%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들고 있는 현대자동차 총 지분 0.76%를 매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지분 91.13%를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상장과 현대하이투자증권 매각도 제기하고 있다.

◇현대상선, 차입금 부담에 매각 현실화 되나

현대상선도 상황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부두 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주식회사 출자비율을 50%(789억원)에서 5%(75억원)로 줄였다.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현대상선은 갚아야할 돈이 많다. 현대상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 부족으로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내며 유동성 위기가 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올해 안에 차입금 7880억원, 회사채 3716억원 등 총 1조5023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고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대신 현대상선은 지난달 현대증권 지분 19.8%를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2500억원을 차입했다. 현대증권 지분과 현대연수원 지분을 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1392억원을 빌렸다. 보유중인 현대아산 지분 가운데 일부를 현대엘리베이터에 358억원에 팔았고 현대엘앤알 지분 일부 역시 253억원에 넘겼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 회생이 쉽지 않다고 평가한다. 내년까지 갚아야할 부채가 3조원대에 이르고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5000억원에 이른다. 해운 업황 역시 나아지고 있지 않아 정상화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매각할 거라는 풍문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용처가 불분명한 20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일각에선 현대상선이 소유하고 있는 현대증권(22.43%)과 현대아산(67.58%)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가 인수하고 부채 규모가 큰 현대상선을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자금을 차입할 때 현대증권 지분을 매입할 권한(콜옵션)을 부여했다”며 “이는 현대상선은 포기하더라도 현대증권은 남겨 두겠다는 것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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