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신격호 전면에 나서는 상황 두고 볼 수 없다 판단한 듯
롯데그룹 측이 일본 법원에서 이어 한국 법원에서도 신격호(93) 총괄회장의 판단 이상설을 제기했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신 총괄회장 판단력 문제를 전면화하는 양상이다.
이는 신동주(61)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최근 지속적으로 신 총괄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한 대응차원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일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한 바 있다.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조용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롯데쇼핑 측은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정황을 제시했다.
롯데쇼핑 측 변호인은 "롯데그룹 중국 진출은 1993년 신 총괄회장이 결정했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중국 사업을 진행했는데 신 총괄회장이 사업내용을 보고받지 않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중국 투자 손실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위해 이번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독단적으로 중국 투자를 결정한 후, 여기서 발생한 손해를 숨기기 위해 자신과 신 총괄회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쇼핑 측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거짓말을 하거나 제대로 기억을 못하는 것 중의 하나"라며 "기억에 대해 거짓말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한다. 결국 후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측이 지난 26일 일본 법원에 이어 이날 한국 법원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 이상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동안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수년전부터 알츠하이머(치매)를 앓아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롯데쇼핑 측 변호인은 판단력 이상의 근거로 지난 7월27일 신 총괄회장이 일본 도쿄에 위치한 롯데홀딩스 사옥에서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 스스로 만나자고 했던 쓰쿠다 사장을 알아보지 못했다"며 "('어떤 일을 하느냐'는 식의) 대화가 좀 진행되다가 중간에 다른 대화가 오고가면 똑같은 대화가 4번이나 반복됐다. 그 자리에 있던 입회 변호사에 대해서는 어떤 일을 하러 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녹취록 내용을 본 (일본) 재판부가 소송 위임의 적법성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심리가 연기됐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 측 변호인은 일본 법원에서와 달리 한국 법원에서 위임 적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시간적 제한이 있는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소송위임이 적법한지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절차상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측 변호인은 "중국사업을 지휘했던 분이 이제 와서 보고받지 못했다는 말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신 총괄회장의 기억의 문제일뿐 롯데쇼핑이 허위 보고 또는 보고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롯데쇼핑 측은 이날 심리에 직전 신 전 부회장 측에 1만6000쪽 분량의 회계자료를 제출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자료 검토 시간이 부족하다며 추가 심리 개최를 재판부에 요구해 승인을 받았다. 3차 심문기일은 오는 23일 오후 4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